‘택시기사 살해’ 이기영 동거녀 살인 혐의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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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3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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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뉴스1
이기영. 뉴스1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잇따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동거녀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옷장 속에서 시신이 발견된 택시기사 사건과는 달리 3일 오전까지 동거녀 A 씨의 사체와 범행 도구 등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기영은 지난해 8월 자전거를 수리하던 중 생활비 문제로 A 씨와 다퉜고 우발적으로 A 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기영은 시신과 범행 도구를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말했지만,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 결과에도 이날까지 직접적 증거물은 찾지 못했다. 다만 경찰은 전날 이기영이 A 씨에게 3억5000만 원을 빌렸다는 채무 계약서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기영이 이 돈을 갚지 않으려고 A 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파헤치고 있다.

일부 전문가도 동거녀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동아닷컴에 “현재 상태에서 동거녀 살인 혐의에 대한 입증은 어렵다”고 했다. 명백한 증거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 의견에 따르면 실제 이기영의 진술대로 우발적 살인일 가능성도 있다.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우발 범죄였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이어 채무 관계 계약서가 있었다고 해도 살인 혐의가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박 교수는 “강도 살인 혐의로 적용을 하려면 A 씨와 교제한 기간과 공범이었는지 여부 등도 더 살펴봐야 한다”며 “(음주운전 등) 과거 범죄 이력보다 사망 신고가 안 된 상황에서 A 씨 명의 대출 등 A 씨와의 정황상 행보 등에 방점을 둬야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찰이 파주시 공릉천 인근을 수색하고 있다. 채널A 뉴스 유튜브 장면 갈무리
경찰이 파주시 공릉천 인근을 수색하고 있다. 채널A 뉴스 유튜브 장면 갈무리

반면 이기영의 자백만으로도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태앤규 소속 형사 전문 김기태 변호사는 “사체가 발견되지 않아도 본인 자백과 살인죄 정황 증거로 유죄판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A 씨의 명의로 대출을 받는 등의 계획적인 부분과 본인 자백을 종합해 이기영이 사망 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변호사는 이기영이 우발 범죄를 주장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휘두른 둔기에 쓰러진 동거인을 바로 병원에 데려가거나 신고하지 않고, 사체를 강변에 유기한 행위는 사망을 예견했다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정해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한편 이기영은 지난달 20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주겠다’며 60대 택시기사를 유인해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겼다가 검거됐다. 택시기사 살해 혐의의 경우 명백한 증거(사체·범행도구)가 현장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 경찰은 이기영의 체포일로부터 구속만료 시한(10일)인 이날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기영은 오는 4일 검찰에 송치된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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