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전 현대아울렛 화재원인, 화물차 배기구 과열로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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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매연저감장치 600도 고열
시동켠 채 정차… 박스에 불붙어”
스프링클러 수신기 작동 기록 없어

9월 26일 화재가 발생한 당일 오후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을 이흥교 당시 소방청장(왼쪽) 등 소방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소방청 제공
9월 26일 화재가 발생한 당일 오후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을 이흥교 당시 소방청장(왼쪽) 등 소방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소방청 제공
올 9월 26일 7명의 사망자를 낸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는 지하주차장에서 시동을 켠 채 정차 중이던 1t 화물차의 배기구가 과열돼 주변 종이 상자에 불이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수사 당국은 화재 발생 초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소방대원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화물차 배기구 과열이 화재 원인”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초 발화 지점인 지하주차장 1층 하역장에 있던 화물차를 정밀 감식한 결과 차량 매연저감장치(DPF)에서 발생한 고열로 배기구가 과열된 게 유력한 화재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와 별도로 경찰과 소방 당국이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한 화재 재연 실험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실험을 진행한 대학 자동차 관련 학과 교수는 2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화재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서 반복 실험한 결과 DPF에서 발생한 고열 때문에 배기구 온도가 340도 이상으로 올랐고 종이를 갖다 대자 금세 불이 붙었다”며 “다른 화재 가능성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경유 차량에 필수적인 DPF는 매연 속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거름망’이다. 먼지가 어느 정도 쌓이면 이를 태워 없애는 ‘재생’ 기능이 작동하며 600도가량의 고열이 발생한다고 한다. 국과수 등은 화재 현장의 화물차가 10분 이상 시동을 켠 채 멈춰 있는 동안 재생 기능이 작동하면서 DPF에서 고열이 생겼고, 이 때문에 배기구 근처에 쌓여 있던 종이 상자에 불이 붙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화물차 배기구 근처 종이 상자에서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담겨 있다. 또 종이 상자 등이 배기구를 막으면서 열 배출이 제대로 안 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스프링클러 작동 기록 없어
아울러 경찰이 화재 현장에서 압수해 분석 중인 스프링클러 수신기에는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신기는 화재감지기로부터 화재 신호를 수신하는 기기로,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결론 날 경우 아웃렛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이 부실한 시설 관리로 화재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화재 직후 일부 소방대원 증언과 스프링클러에 물을 공급하는 물탱크 수위가 정상 수위였다는 사실을 근거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현대백화점 측은 “물이 사용되면 자동으로 채워지는 방식”이라며 부인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를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경찰청은 화재 원인과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화재 원인#화물차 배기구 과열#스프링클러 작동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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