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세워 대포통장 59개 개설…수억 챙긴 전 조폭 구속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13일 11시 35분


유령법인을 설립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범죄 조직에 대포통장을 대량으로 유통시킨 전직 폭력조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공전자기록 등 부실기재 및 동행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A(40대)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한 후 59개 법인계좌를 개설, 이를 전화금융사기 조직 등 범죄 조직에 넘겨 4억7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붙잡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피해금을 입금한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A씨가 경기도 지역에 3개의 유령법인을 만들어 다량의 대포통장을 만든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유한회사의 경우 자본금 납입 증명을 하지 않아도 쉽게 법인을 설립할 수 있고 법인 명의로 다수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 유한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허위 잔고증명서를 제출하거나 자본금을 일시 납입해 잔고증명서를 발급받고 이 돈을 출금하는 ‘가상납입’ 수법으로 2019년 4·6월 두 차례에 걸쳐 주식회사 법인을 설립하고 농산물 도소매업으로 사업자 등록까지 마쳤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 결과 A씨가 개설한 법인계좌의 거래내역은 지난해 4월까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범죄 수익금이 보이스피싱, 사이버 도박 등의 불법자금 거래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대포통장을 만들어 건넨 것은 인정하지만 범죄에 쓰일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경찰청 여상봉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A씨가 대포통장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폭력조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포통장을 추적해서 실제 사용한 사람은 누군지, 배후세력은 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3자에게 통장을 제공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명의만 빌려주더라도 형사처벌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주=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