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檢 AI 탐지 왜 작동 안했나”…한동훈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9월 6일 14시 44분


코멘트

이수진 AI 불법 촬영물 탐지 시스템 질책
한동훈 어리둥절 “경찰에 신고했는데 검찰 AI가 감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제2의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인공지능(AI) 기반 불법촬영물 탐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 소관이 아니라고 맞섰다.

5일 이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장관을 상대로 질의했다. 이 의원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서 2019년 7월부터 1억9200만 원을 들여 AI 기반 불법촬영물 탐지 시스템을 개발했고, 올해도 3억5000만 원을 들여 시스템 고도화 사업에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제2의 n번방’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 중 한 명이 올해 1월 초에 최초 신고를 했는데, 검찰 AI 기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착취물은 무려 5000명의 사람이 공유하거나 본 것으로 추정된다”며 “왜 검찰 AI 기반 탐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경찰에 신고했던 것 아니냐”며 “검찰에 신고한 게 아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말한 AI 기반 불법촬영물 탐지 시스템은 피해자가 불법촬영물을 신고하면 AI가 100여 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자동 탐색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불법촬영물을 먼저 알아채고 예방하는 게 아니라 신고된 게시물을 바탕으로 삭제 절차에 들어간다.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제2의 n번방’ 사건의 불법촬영물을 검찰 AI 시스템이 탐지하긴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1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가 한정되면서 성범죄는 경찰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검찰은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발의했을 당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못하면 수사 기간이 길어져 성착취물 유포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안건조정위원 중 한 명이다.

이 의원은 한 장관에게 “경찰에 신고하면 검찰은 전혀 움직이지 않느냐”며 “경찰이 신고하면 검찰에 빨리 알려서 AI로 빨리 촬영물을 탐지하라고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갔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다니”라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다”며 “경찰에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았느냐. 그러면 수사가 진행되는 것인데 굳이 AI로 탐지하는 게…”라고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말을 끊고 “만약 정말로 검찰로 신고해야 (AI 탐지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검찰에 신고하라고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을 향해 “국민들께 그렇게 말씀하시라. 경찰이 수사해서 검찰 AI 시스템이 작동 안 됐습니다,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재차 “(피해자가) 직접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한 장관을 쳐다보면서 “으이구, 정말”이라고 말한 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우리가 알고 있다. 작동한 결과물을 우리 의원실로 내라”고 했다.

이후 이 의원실은 입장문을 내고 “이 의원은 ‘유출된 불법 영상물의 신속한 탐색·삭제를 통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AI 기반 불법촬영물 탐지 및 피해자 지원 시스템이 작동됐는지를 질문한 것”이라며 “한 장관의 답대로라면, 2020년 법무부가 n번방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실은 “해당 시스템의 담당 수사관은 단 1명에 불과하고, 3억 원이 넘는 고도화 작업 담당자 역시 단 2명에 불과해 날로 악랄해지고 교묘해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스스로가 밝혔듯이 ‘AI 기반 불법촬영물 유포 탐지 및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검찰의 수사개시권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로 유출된 불법 영상물을 최대한 탐색·삭제함으로써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실현’ 즉, 정부조직법상 법무부의 사무로 지정돼 있는 ‘인권옹호’로 봐야 한다”며 “실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통과된 2020년 1월 이후 2년 8개월이나 지난 현재까지도 관련 시스템은 여전히 법무부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의 담당업무로 돼 있다”고 했다.

‘n번방’ 사건을 취재했던 활동가 ‘불꽃’(전 추적단 불꽃)에 따르면 ‘제2의 n번방’ 사건 피해 여성 중 한 명은 지난 1월 경찰에 피해 신고를 했다. 유포 정황이 있는 디지털 성착취범죄는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서 맡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수사했고 8개월이 지났지만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착취물이 유포된 정황이 없어서 일반 수사팀에 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제2의 n번방’ 주범인 성착취 범죄자 ‘엘’(가칭)과 관련된 불법촬영 성착취물은 대거 접속 차단됐다. 방심위는 이날 “엘 관련 성착취물 523건을 긴급 심의해 8월 31일부터 접속 차단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