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이라더니…힌남노 예상보다 강도 약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6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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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박경모기자 momo@donga.com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4시 50분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해 7시 10분 울산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갔다. ‘역대급’ 태풍으로 불릴 만큼 강하고 규모가 컸던 힌남노의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고 남부 지방에서는 비바람 피해도 속출했다.

힌남노는 6일 0시경 제주에서 40km 떨어진 해상을 지나 북상했다. 이때 중심기압은 945hPa(헥토파스칼)로 태풍 강도로 치면 ‘매우 강’ 수준이었다. 한반도로 가까이 다가오며 기압이 떨어져 거제 인근에 상륙할 때 중심기압은 955.9hPa을 기록했다. 1959년 태풍 ‘사라’(951.5hPa), 2003년 ‘매미’(954.0hPa)에 이어 세 번째로 강한 태풍이었다. 태풍은 열대성 저기압이라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 공기를 더욱 강하게 빨아들인다.

이 때문에 5, 6일 남부 지방 곳곳에서는 초속 40m가 넘는 ‘기차를 탈선시킬’ 수준의 강한 바람이 관측됐다. 경남 통영 매물도에서 초속 43.1m(시속 155km), 제주 고산 초속 42.5m(시속 153km), 전남 신안 가거도 42.3m(52km)의 강한 바람이 기록됐다. 기상청은 태풍 힌남노의 일최대풍속(통영 매물도 지점값)이 우리나라를 찾았던 역대 태풍 일최대풍속 가운데 중 8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위는 태풍 매미가 기록한 초속 51m(시속 184km)다.

하지만 태풍의 위력은 당초 예상보다 다소 약했다. 기상청은 그 이유에 대해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생각보다 일찍 유입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뜨겁고 습한 공기가 강하게 상승하며 만들어지는 태풍에 태풍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태풍의 위력을 예상보다 일찍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풍속 역시 비슷한 규모였던 매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기상청은 “태풍의 풍속을 결정하는 것은 중심기압뿐 아니라 당시 기압계, 지역의 지형 등 여러 요인이 있다. 힌남노의 풍속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초속 40~60m 강풍을 예측했으니 예측이 틀린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태풍의 풍속과 위력은 예상보다 약했지만, 강수는 강했다. 이번 태풍은 그 규모도 컸을 뿐더러 남쪽에서 계속 수증기를 공급 받았다. 4일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든 제주에서는 4일부터 6일 오후 12시까지 사흘간 무려 954.0mm(제주 윗세오름 지점)의 강수량이 관측되기도 했다. 전국 연강수량에 맞먹는 수준(1000~1300mm)이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의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사진은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이마트 매장 일부와 도로 등이 침수된 모습. 독자 제공


포항에서는 6일 0~8시 단 8시간 동안 341.9mm의 폭우가 내렸다. 그밖에 오전 8시까지 포항 구룡포읍 319.0mm, 경주 양북면 305.5mm, 울산 북구 매곡동 236.5mm, 경남 남해 192.6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포항 구룡포읍에서는 시간당 110.5mm라는 ‘물폭탄’이 쏟아지기도 했다.

남부지방에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낙동강, 형산강, 태화강 등 남부 지방 곳곳에 홍수 특보가 내리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하천이 범람하고 다리가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기상청은 “과거 매미 때는 제주 산지 등에만 많은 비가 내렸고 평지에선 힌남노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귀포에서는 20m 높이의 말 그대로 ‘집채만 한’ 파도가 관측됐다. 매미 때 관측된 최고 파고는 15m 전후로 그에 못 미쳤다. 기상청은 “폭풍해일 피해가 부산·남해안 곳곳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하며 “강수와 해일 면에서는 매미보다 강했고 역대 최고 수준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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