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 비건’, 텀블러 사용…환경 지키기 나선 MZ세대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8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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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만은 철저히 채식을 하겠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직장에 다니는 박모 씨(25)는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같이 선언했다. 6개월 전부터 결심했지만 모임 약속이 잦다는 핑계로 제대로 지키지 않았는데, 최근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박 씨는 “그간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을 지향하면서도 기후 문제는 나와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폭우를 겪으며 심각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사단법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채식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육류 생산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서울에 115년 만의 폭우가 내리는 등 중부지방이 물난리를 겪자 ‘기후위기가 몸으로 느껴진다’며 일상 속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하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들이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26)는 이번 폭우 이후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우산 비닐 커버는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이 씨는 “폭우로 사람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죽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주변을 봐도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 같다’고 걱정하며 작은 실천에 나서는 젊은 층이 늘었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김민수 씨(24)는 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에너지시민연대가 주최한 소등 행사에 참가해 오후 9시부터 방의 불을 10분간 껐다. 김 씨는 “서울은 물난리를 겪었지만 부모님이 계신 경남 창원은 가뭄이 지속됐다”며 “‘5km 이내 거리는 걷기’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른 실천도 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올해 소등행사는 참가자가 50만여 명으로 작년의 배가 넘었다”며 “폭우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전반적으로 커진 효과로 보인다”고 했다. 키워드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최근 폭우 이후 ‘기후위기’라는 어구의 검색량은 약 3배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이 같은 실천이 의미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간 국민 1인당 탄소 배출량이 12~13t으로 전 세계 평균의 2배 이상”이라며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정상훈 기후에너지 담당자는 “MZ세대의 환경 감수성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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