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이 초등학교는 자치구에서 직접 운영한다. 2019/03/11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 정부와 교육감 당선자들이 일제히 돌봄 부담 완화 공약을 내건 가운데 맞벌이 부부들의 수요가 많은 초등돌봄교실의 공급 확대가 과제로 지목된다.
8일 국책연구기관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이희현 연구원 등이 작성한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의 성과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돌봄교실에 신청하고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대기자가 2017년 9226명에서 2020년 2만1300명으로 17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년보다 늘어난 대기자 규모는 2018년 908명, 2019년 3042명, 2020년 8124명으로 매년 급증했다.
이 같은 초등돌봄교실의 공급 부족은 17개 시·도별로 그 정도가 달랐는데, 이 격차가 매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초등돌봄교실 신청 대비 실제로 얼만큼 이용했는지를 나타내는 ‘수용률’을 각 시도별로 비교한 결과, 수용률 최대·최소 시도 간 격차는 2017년 7.7%포인트에서 2020년 최대 21.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해당 기간 가장 수용률이 낮았던 시도를 살펴보면 2017년 인천(92.2%), 2018년 강원(89.3%), 2019년 인천(88.7%), 2020년 서울(78.6%)이었다.
이 같은 초등돌봄교실 공급의 부족과 격차는 고스란히 학부모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이 지난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수요대비 공급의 충분성’에 대한 부정 응답이 37.4%로 비용·전문성 등 8개 평가 항목 중 가장 불만족도가 높았다.
초등돌봄교실은 정부가 추진해 온 온종일 돌봄체계 중 ‘학교 돌봄’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지난 2004년부터 교육부가 주관 부처로 운영해왔으나 실질적인 운영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재원으로 각 시·도 교육청이 맡고 있다. 지난해 17개 교육청이 초등돌봄교실에 투입한 교부금만 총 3004억9800만원에 달한다.
초등돌봄교실 운영은 매년 확대돼 왔다. 2017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경우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학교 수는 3년 사이 6054개교에서 108개교(1.8%) 늘었고, 같은 기간 돌봄교실 수는 1만1908실에서 2298실(19.3%), 이용 학생 수는 7만9198명(32.3%) 늘었다.
이처럼 정부는 매년 수천억 원대의 예산을 투자해 공급을 늘려왔으나, 그럼에도 초과 수요 문제와 지역 간 격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교육청에 따라 분절된 초등돌봄교실 운영이 지역별 서비스 공급의 양과 질의 격차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소관 지자체장의 의지나 지역 여건에 따라 수요자의 돌봄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이 극명하게 나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중앙 정부 차원의 인적·물적 자원 투입 및 제도 개선을 제언했다.
연구진은 “온종일 돌봄 서비스 접근성과 관련해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돌봄 공간 확보의 차이로 인해 지역 간 서비스 접근성 수준에 격차가 발생하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지자체의 관심과 책임을 동기화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예산지원과 인센티브(동기, 유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이 충분하다고 인식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등 여건에 따라 예산의 충분성은 다르게 평가될 수 있고 예산 배분의 문제가 지적된다”며 “정책의 확장성을 고려할 때 중앙 수준에서의 예산 투입 총량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 차원에서는 법적 근거 마련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초등돌봄교실은 현재 교육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과 각 교육청별 조례에 의존해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하나의 상위 법률로 통합해야 교육감의 사업 책무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돌봄교실의 유형인 저녁돌봄교실과 방학 중 돌봄교실은 지역 기관과 연계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지자체와의 업무 협력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돌봄 관련 이해관계자 간 갈등 해결, 사회적 협의 등을 통한 주체 및 역할 분담 명확화와 이를 토대로 한 온종일 돌봄 관련 특별법 제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두 차례 큰 선거를 거치며 새 정부와 교육감 당선자 모두 초등돌봄 확대와 책임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 정부는 ‘오후 8시까지 돌봄교실 운영시간 확대’를 국정과제에 담았고, 이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사이에선 관련 공약이 쏟아졌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오후 8시,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지자체와 협의 후 오후 10시까지 초등돌봄 운영시간을 연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연구진은 지난 2017~2020년 간 초등돌봄교실 운영에 대해 “학년 확대 및 운영 시간 연장을 통한 돌봄 공급의 확대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수요 조사 및 매칭 방식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또한 고학년에게 돌봄 서비스 제공 방식을 탐색해 저학년과는 다른 형태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 방안’을 통해 올해까지 연 700실씩 총 3500실을 돌봄 대기자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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