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의미 없는 생명체는 없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꿀벌과 모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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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화분을 암술에 옮기는 ‘수분’, 인류 식량 3분의 1에 필수적 활동
꿀벌-모기 등이 꽃가루 운반 역할
기후변화 민감한 꿀벌 생존 위해 봉군 온도 유지하는 기술 등 연구

전국 양봉 농가의 벌통에서 꿀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제공
전국 양봉 농가의 벌통에서 꿀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제공
지난해 전국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대량으로 폐사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전남, 경남, 제주 지역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농촌진흥청은 민관 합동조사를 벌였고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피해와 이상기온 발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결론 내렸습니다.

피해를 입은 양봉 농가에서 대부분 응애가 발견되었습니다. 응애는 1∼2mm 크기의 거미강 동물로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농업 해충입니다. 꿀벌응애감염증은 꿀벌의 번데기 시절인 유충과 성충 벌에 꿀벌 응애가 기생하여 체액을 빨아 먹는 질병입니다. 벌에서 벌, 또는 벌에서 벌집, 식물의 표면, 꽃 등을 거쳐 감염됩니다. 꿀을 채집하는 시기에 감염된 봉군(蜂群·벌의 무리)의 벌이 다른 봉군에 전파하기도 합니다. 꿀벌이 이 병에 감염되면 체중이 감소하거나 복부가 위축되고 심한 경우 죽습니다.

양봉하는 벌의 생애는 4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2월에서 4월은 육성기로 수명은 약 45일, 5월에서 7월은 꿀을 따는 채밀기, 8월에서 10월은 월동벌 양성기로 수명은 약 120일, 11월에서 1월은 월동기입니다. 응애가 가장 많이 전파되는 시기는 월동을 위해 봉군을 양성하는 8월에서 9월입니다. 이때 발육 중인 번데기에 기생해서 막대한 피해를 줍니다. 특히 지난해 9월에서 10월에는 저온 현상이 발생해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월에서 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피는 현상이 나타나 봉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꿀벌은 꽃 속의 꿀을 찾는 과정에서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로 옮겨 식물의 수분 활동을 돕는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사라지고 인류의 생존도 위협받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꿀벌은 꽃 속의 꿀을 찾는 과정에서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로 옮겨 식물의 수분 활동을 돕는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사라지고 인류의 생존도 위협받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월동을 하려면 꿀벌 수가 충분해야 하는데, 외부 기온이 낮아지면서 벌들이 밖에 나갔다가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 겁니다. 월동 기간 꿀벌들이 공 모양으로 촘촘하게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외부 환경 변화로 피해를 입습니다. 꿀벌응애감염증 같은 일도 발생합니다. 인류가 먹는 식량의 3분의 1은 꿀벌 등 곤충의 수분(受粉·곤충이나 새, 바람 등이 종자식물의 수술 화분을 암술머리에 옮기는 일) 활동이 필요합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의 수분 활동도 영향을 받고, 식물이 자라지 못하면 인류의 생존도 위협받습니다.

꿀벌 말고도 수분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곤충이 모기입니다. 우리는 모기를 해충으로만 알고 있지만 모기는 수분 활동을 하고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3500종이 넘는 모기는 대부분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거나 식물의 즙을 빨아 먹고 다른 동물의 피를 먹습니다. 모든 모기가 사람을 무는 것은 아닙니다. 모기는 꽃 즙을 빨아 먹으면서 꽃에서 꽃으로 꽃가루를 옮깁니다. 암컷 모기는 알을 낳을 때만 단백질 섭취를 위해 동물이나 사람의 혈액을 빨아 먹습니다. ‘잡초는 없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모든 식물은 그 자체로 존재 의미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벌만 소중한 것은 아닙니다. 모기도 우리에겐 해충 같지만 생명의 그물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꿀벌 사육 가구 수는 2011년 1만9387가구에서 2020년 12월 현재 2만7532가구로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꿀 채집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꿀벌들이 꿀을 딸 수 있는 나무의 대표 격인 아까시나무(일명 아카시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까시나무는 1960년대부터 시작한 산림녹화 사업으로 늘어났지만 산지가 도시와 도로, 공단 등으로 개발되며 사라졌습니다. 약 40년인 수명을 다해 2000년부터 아까시나무가 죽어가기 시작한 것도 원인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꿀벌에 의한 수분 활동이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도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꿀벌 부족 국가’가 되기 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디지털 기술로 꿀벌의 생존을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인데, 2024년쯤 그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꿀벌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봉군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생존 기간을 늘리고 기후변화에 의한 급격한 기온 하락에 대처하기 위한 장치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의 개념을 봉군에도 적용하는 것입니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한 생물의 흥망성쇠는 다른 생물에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꿀벌과 모기가 사라지는 세상은 어떨까요? 생태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도 안위를 보장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나타나면 죽이기 급급한 모기, 화려한 꽃에 날아드는 벌을 징그럽게 바라보기보다는 ‘자연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 떠올려 봤으면 합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
#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꿀벌#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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