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뚫리면 금강송 군락 위험”… 소방헬기 4대 뜨고 민관 총력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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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강원 산불]‘산불 저지선’ 진화작업 동행취재

7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 금강송 군락지 경계에서 진화대원이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산불은 한때 군락지 500m 앞까지 근접했다. 울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7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 금강송 군락지 경계에서 진화대원이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산불은 한때 군락지 500m 앞까지 근접했다. 울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여기서 불을 막지 못하면 인근 민가는 물론이고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까지 불길이 번질 수 있습니다.”

7일 오전 10시 20분경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약 1m 높이로 타오르는 산불을 보며 한 주민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소방헬기 4대가 시야에 나타났다. 헬기가 대당 3000L의 물을 야산 위로 뿌리고 지상에 있던 소방차 1대가 ‘지원 사격’에 나서자 산불은 절반 이상 진화됐다.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주민은 “남은 불씨가 어떻게 커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 36번 국도 방어선에 민관군 집결
경북 울진 산불 발생 4일째인 이날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울진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신림리, 대흥리, 두천리, 소광리 일대에 산불 저지선을 구축하고 진화에 총력전을 펼쳤다. 소방당국이 ‘36번 국도 방어선’이라 부르는 이 저지선은 200년 이상 된 금강송 8만5000여 그루가 분포된 금강송 군락지(1378ha)와 울진읍내를 지키는 최전선이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은 산림청 정책 자문기구인 ‘365산림사랑평가단’으로 활동하는 이희세 씨(61)와 방어선을 동행 취재했다. 국도 36호선 일대의 산불지역은 연기와 재가 가득해 숨을 쉬기 어려웠고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방헬기들은 곡예에 가까운 비행을 하며 날아들어 물을 뿌렸다. 소방관과 공무원, 육군과 지역 주민들은 금강송과 민가를 사수하기 위해 방어선 곳곳에서 하나로 뭉쳐 화마(火魔)와 맞섰다.


진화 상황을 바라보던 이 씨는 “소나무가 좋아 10년 전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이주했는데, 산림이 불에 타는 걸 보니 허무하다”며 “금강송 군락지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산불 현장 곳곳의 사진을 찍어 산림청에 참고자료로 제공한다”고 했다.

산불이 처음 발화된 북면 두천리 진화 작전도 긴박하게 펼쳐졌다. 7일 오전 9시 반경부터 산을 타고 내려온 불은 1시간 만에 민가 두 채 30m 앞 지점까지 접근했다. 소방관 2명이 호스로 물을 뿌렸고, 공무원 20여 명은 가파른 산비탈에서 15L 물통을 짊어 메고 물을 뿌리며 손을 보탰다. 이어 최대 물 1만1000L를 실을 수 있는 거대 소방차 ‘로젠바워판터’가 등장해 50m 반경에 동시에 물을 뿌린 뒤에야 불길은 잠잠해졌다. 주민 이모 씨(50)는 “산불이 난 뒤로 4일째 한숨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인근 100m 지점까지 불길이 닿은 신림리 용천사에는 소방관 5명이 대기 중이었다. 용천사 여경 스님은 “어젯밤만 하더라도 당장 절을 집어삼킬 것처럼 불기둥이 솟구쳤다”고 했다.
○ 진화 진전 더뎌… 장기화 우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울진·삼척 산불 피해구역은 1만7685ha(울진 1만6913ha, 삼척 772ha)로 여의도 면적(290ha)의 61배에 달한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이날까지 주불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오전에 50%까지 진화율을 높였지만 오후엔 진화율이 그대로였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10개 구역으로 나눠 진화 중인데 각 구역이 보통 대형산불 수준과 비슷한 면적이라서 진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금강송 군락지 일대에 산불지연제인 ‘리타던트’를 살포했다.

산림청 등은 8일 국방부 등의 헬기와 강릉 화재에 투입된 헬기를 지원받아 울진·삼척 일대에 총 82대의 헬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나흘째 진화에 실패하면서 이번 산불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청장도 “현재로서는 언제까지 진화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 어렵다. 화세가 여전히 강한 상태라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산불이 최초 발화지점 인근을 지나던 자동차에서 버려진 담뱃불 등으로 인한 실화로 추정되는 가운데 울진경찰서는 발화 직전 발화지점 인근을 지나간 4대의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번호와 종류 등을 울진군과 산림청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해당 차량 운전자의 실화 여부는 산림청이 조사할 예정이다.


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산불#산불 저지선#진화작업#민관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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