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꾸는 교육정책 제안]행복을 위한 진로교육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5일 14시 28분


코멘트
《미래세대를 키워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대면의 일상화를 가져왔고 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콘텐츠와 문화가 주력 성장 동력이 됐지만 교육의 기여는 미미하다. 교육이 바뀌어야 할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현장 교육전문가들의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간절함’ 때문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된다면 한국교육의 질적 개선을 가져올 것이다. 현장에서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60여일 앞둔 현재까지도 유력 대선후보들의 교육공약이 무엇인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동아닷컴은 9회에 걸쳐 ‘미래를 바꾸는 교육정책 제안’ 시리즈를 온라인으로 연재한다. 현장 교육전문가 9명이 필자로 나서 차기정부에 교육정책을 제안한다. 5일부터 17일까지(주말 제외) 이어지는 시리즈는 교육일반, 대학정책, 민관협업 등 3부로 구성 될 예정이다.》

김민환 거제 제일고 교장
김민환 거제 제일고 교장

①행복을 위한 진로교육 서둘러야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행복추구권’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행복한가? UN의 ‘2020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 61위에 불과하다. 경제 대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로 경쟁하는 한줄 세우기 교육제도가 있는 한 우리나라의 행복이 요원할 뿐 아니라 국민의 행복도 보장하지 못한다. 청소년기에 행복해야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청소년기에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며 더불어 함께하는 자기주도적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는 진로교육이 한국교육의 주류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글을 적는다.

2022년 새해는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해이다. 최소한 5년의 국가 진로가 결정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력 후보들의 교육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가 경제와 서민의 삶이 중요하다보니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만큼 등한시할 수 없다.

한국 학생들 대부분은 12년을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좋은 대학만을 목표로 삼는 진학은 결코 옳지 않다. 왜냐하면 좋은 성적이라고 모두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자신의 꿈에 맞는 전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소위 상위권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반수, 재수를 통해 더 상위권 대학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려되는 것은 자신의 적성과 전공 유망성이 아닌 학교 서열이다. 진학 위주의 학교 교육이 일조하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진로교육이 진학보다 우선이어야 하고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한 국가의 비전이 중요하듯 학생들의 꿈과 끼를 길러주는 진로교육 또한 중요하다. 물론 진로교육은 교육부-시도교육청-단위학교로 이어지는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여기서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기주도 진로 설계를 위한 자유학년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특성화고에서 먼저 시작하였지만 일반고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만큼 지금부터라도 잘 준비하면 된다.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는 결국 자기주도 진로 설계이고 이것이 진학과 연계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4가지를 제안한다.

진로전담교사 역량 제고
첫째, 단위학교 진로전담교사의 역량을 제고하는 일이다. 진로교육법에는 ‘모든 초중고에는 진로전담교사를 둔다’라고 돼있지만 진로전담교사 배치율도 시도별로 차이가 있으며 진로전담교사 개인 역량의 차이 또한 있다. 진로전담교사는 학교 전체 진로교육을 책임지는 교사이니만큼 각별한 지원 정책이 필수적이다. 관련 예산이야 당연하지만 진로 연수, 진로 자료 개발, 진로심리검사 안내 등 국가 차원의 진로전담교사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자치 시대이기는 하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부가 최소한의 지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진로교육센터 활성화
둘째, 지역의 진로체험과 진로교육을 담당하는 지역진로교육센터(진로체험지원센터 포함)의 활성화이다. 지역진로교육센터는 교육자치 시대의 진로교육 허브 역할을 하고 있어서 중요하지만 시도교육청 담당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강원과 충북과 같은 전문기관을 가진 시도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남, 세종, 충남도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전문기관이 설립되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활성화를 위해 국가진로교육센터(교육부 소속)의 인력 보강과 함께 실질적인 역할과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시도교육청이 국가의 산업 전반에 대한 진로체험과 비대면 시대의 진로체험을 오롯이 책임지는 것은 버겁다.

진로체험 위한 국가정책
셋째,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체험 활성화를 위한 국가적 정책이 필요하다. 아직 과밀 학교가 있는 지역이 있지만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어서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진로체험을 하기에는 적당하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노력해 공공기관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과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역 풀뿌리 산업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종 지원책과 홍보에 국가진로교육센터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진로교육의 주요 의제화
넷째, 앞으로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진로교육을 주요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 학생 수 감소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학생 맞춤 진로교육이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한다. 산업의 급속한 발달로 직업의 생성, 소멸과 함께 변화도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살 수 있는 시대에서 고령사회까지 경제활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투잡, 쓰리잡’이 아닌 ‘멀티잡’ 시대에 적합한 진로교육이 필요하다.
김민환 거제제일고 교장
경상대 졸업, 창원대 박사, 전)전국진로장학사협의회장, 교육부 교육과정심의위원

저서-청소년이여, 자기주도로 꿈을 보라



정리=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