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퍼스피커 설치해 쿵쿵…보복 층간소음, 해결사인가 흉기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1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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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거리지 않게 조심해달라고 메모도 남겨보고, 인터폰으로 정중하게 부탁을 해 봐도 층간소음이 개선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구청이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신고 접수를 해도 현장 방문은 하세월입니다. 설령 소음측정을 해도 기준치 미만으로 나오면 결과적으로 층간소음을 공인해주는 꼴이 되고 맙니다.

그럴 때 보복소음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슬리퍼, 매트 등도 많이 판매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보복소음을 위한 고무망치, 스피커 등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천장에 붙이는 강력한 우퍼스피커, 그리고 여기에다 귀신소리, 발망치소리, 세탁기 소리 등을 녹음시켜 틀면 ‘효과 직방’이라는 댓글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유투브 등에서도 층간소음 해결책으로 보복소음을 권장하는 개인방송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만 보복소음은 자칫하면 인근소란으로 경범죄에 걸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층간소음 갈등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합니다. 요컨대 보복소음은 층간소음 해결에 대한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함을 감안하면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말고 경험 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보복소음으로 윗집을 이사 시킨 사례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의 김명철씨(40대·가명)는 윗집의 음악소리, TV소리, 세탁기 소음 등 각종 소음으로 시달렸다. 특히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윗층에서 들리는 TV 소리에 거의 잠을 못 이뤘다.

김씨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윗집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심한 욕설을 퍼붓고,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그리고 집안에서도 윗층에 대해 고함을 치고 망치로 천장을 두드렸다.

윗집 주민은 소음을 줄일 생각은 않고, 김씨가 욕하고 협박하는 말을 녹음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처벌을 요청했다. 김씨는 경찰조사를 받게 됐고, 주의 조치를 받았다.

더욱 분한 마음에 녹음될 수 있는 욕설 대신 천장을 치는 보복으로 1년 가까이 위층을 괴롭혔다.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위층이 관리소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중재가 시도됐다. 하지만 김씨는 중재 후에도 위층에서 울리는 작은 소음에도 천장을 치는 보복을 계속했다. 결국은 윗집이 이사를 가는 것으로 끝이 났다. 아랫집의 입장에서는 보복소음이 성공을 거둔 경우다.

#갈등이 더 커져 아랫집이 이사 간 사례

대전 유성구의 아파트 사례. 차명우씨(가명)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윗집의 발망치 소음에 시달려왔다. 인터폰도 해보고, 경비실을 통해서도 자제해 줄 것을 윗집에 요청했다. 하지만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소음 소리와 발생횟수가 더 늘었다.

참다못해 차씨도 막대기로 천장을 치고, 집안에서 음악을 크게 트는 보복행위를 했다. 보복행위가 있을 때는 잠시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또다시 소음이 심하게 발생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차씨는 만성적 수면부족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심장병까지 생겼다.

하루는 밤 10시가 넘었는데 윗집에서 천둥을 치는 듯한 소음과 음악소리가 밤 12시가 넘도록 발생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사정을 호소해도 윗집은 밤 10시가 되면 동일한 소음을 계속 일으켰다.

이에 차씨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소송을 각오하고 미리 물증을 잡기로 했다. 멀리서 영상을 촬영했다. 윗집은 가족 4명이 밤 10시가 되면 전원이 하이힐과 구두를 신고 고의적으로 바닥을 내리찍었고, 농구공을 튀기며, 2시간 가까이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복소음에 대한 보복행위였다.

차씨는 이 증거 영상으로 법적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갈등을 가라앉힐 만큼 화끈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그 후 위층의 고의적인 소음발생이 지속됐고 두 집 갈등은 더 악화됐다. 결국 아랫집 차씨가 이사 가는 것으로 끝이 났다. 보복소음이 실패한 경우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해법’


보복소음은 자신의 고통을 상대에게 알려주기 위해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보복을 당하는 사람은 감정이 더 상하게 되고 더 심한 소음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극단으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아랫집으로서는 보복소음이 자칫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전쟁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윗집 역시 오죽하면 저리 하겠냐는 마음으로 즉각 소음 저감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랫집에 메모를 붙이거나, 관리소를 통해 아랫집이 주장하는 피해 소음원과 피해 시간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소음원과 피해 시간대에 소음을 줄이는 성의를 보여야합니다. 성의를 보이면 아래층의 마음이 누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보복소음이 줄지 않고 심하게 들릴 때는 뭐라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

입니다. 최근에 보복소음으로 우퍼스피커가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복 스피커 소리가 들리면 일차적으로 발생한 당사자에게 메모를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이때 메모에는 피해를 보는 시간대와 소음원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합니다.

그리고 처리 여부를 말이 아닌 메모로 알려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번으로 해결되지 않지만, 3차례 정도 반복을 하면 어느 정도의 실마리는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안 되면 보복스피커 녹음, 남겼던 메모 등을 통해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참고로 경범죄처벌법 제3조 21항은 경범죄의 한 종류로 ‘(인근소란 등)악기ㆍ라디오ㆍ텔레비전ㆍ전축ㆍ종ㆍ확성기ㆍ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해당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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