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의심 통증을 지속해서 호소한 환자에 대한 진료를 소홀히 해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 4단독 박상현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지역 모 종합병원 내과 의사 A(49)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8월 15일 급성 신부전증·위장관염 등으로 입원한 B(43)씨가 심한 두통과 목 통증 등을 여러 차례 호소했는데도 뇌출혈 여부를 확인하거나 신경외과에 협진 요청 의무를 소홀히 해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입원 다음 날인 8월 16일 혈압이 급격히 올랐다. B씨는 “깨질 듯이 머리가 아프다. 못 누워있겠다. 죽을뻔 했다”며 강한 두통도 호소했다. 이내 통증이 목과 전신으로 이어졌다며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거 아닌지 묻기도 했다.
A씨는 사흘 뒤인 8월 19일 B씨가 의식을 잃자 뇌 CT검사를 했고, 뒤늦게 B씨의 뇌지주막하 출혈을 발견했다.
B씨는 광주 모 대학병원과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2011년 5월 지주막하 출혈에 따른 합병증인 폐렴으로 숨졌다.
A씨는 ‘B씨의 증상을 종합해보면, 뇌지주막하 출혈과 같은 이상 징후를 판단할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의료 기록과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면 B씨는 극심한 두통, 뒷목 뻣뻣함, 혈압 상승 등 지주막하 출혈을 의심케 할만한 증상들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특히 의료감정원은 위 증상들이 갑자기 발생했다면 지주막하 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고 감정했다. A씨에게는 B씨가 통증을 호소한 다음 날 정밀 검사와 협진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장은 뇌지주막하 출혈은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한 점, CT검사 판독상 B씨가 두통과 전신의 통증을 호소한 시기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B씨가 대학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보면 A씨의 과실과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장은 “A씨는 B씨의 뇌 CT촬영 또는 신경외과 협진 요청을 지연시킨 과실이 있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B씨의 우측 척추동맥에 대한 뇌혈관 조영술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파열 부위를 초기에 발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A씨와 대학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함께 작용해 B씨가 숨진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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