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핑계로 女환자 성추행한 물리치료사, 판결 뒤집혀 2심서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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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24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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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 중인 환자를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30대 물리치료사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4일 광주지법 제2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진만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 씨(36)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 씨에게 3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A 씨는 2019년 5월 3일 지역 모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하며 여성 환자 B 씨를 여러 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치료를 하며 A 씨는 B 씨에게 ‘안 아픈 곳이 어디냐. 머리카락? 입술?’이라고 희롱한 뒤 ‘남자친구가 있으면 해봤을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팔베개를 했다고 한다. 또 ‘눈썹 잘 그렸다. 속눈썹은 좀 더 올려줘야 이쁜데, 목에도 화장했냐’며 B 씨의 목 부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갈비뼈를 좀 보겠다’며 B 씨의 옷을 걷어 올려 배 부위를 손으로 만지고 또 B 씨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배에 가져다 댄 뒤 떼면서 ‘내가 옷을 잘 벗긴다’고 희롱했다고 한다.

치료 중 한쪽 다리를 B 씨 다리 사이에 끼운 뒤 허리를 흔들면서 성행위를 하는 듯한 행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A 씨의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다만 발언과 함께 도수치료 과정에 이뤄진 행위가 추행 고의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라며 “치료와 무관하거나 치료의 범위를 넘는 추행 행위이자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함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설명·양해 없이 희롱하며 신체적 접촉을 한 A 씨에게 고의가 인정된다.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나 치료의 목적에 대한 설명 없이 성희롱 발언 전후로 과도한 신체 접촉을 한 것은 치료를 빙자해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명백한 추행”이라며 “치료 과정에 환자의 안전·건강을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부도덕한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가 사실관계 자체는 대체로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추행 정도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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