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경제, 지역 기업 자본과 대덕 과학기술이 만나야 성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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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희 대전상의 회장 인터뷰
과학기술, 대전이 가진 큰 자원… 지역업체-연구기관 시너지 내야
공동 R&D-매칭데이 등 주선할 것… 경제-과학 접목해 ‘반쪽상의’ 탈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역 산업과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거리를 좁혀 성장의 전기를 마련하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대전상공회의소 제공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역 산업과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거리를 좁혀 성장의 전기를 마련하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대전상공회의소 제공
“지역 기업들이 과학기술과 만나야 대전 경제에 성장 동력이 생깁니다. 대전상의가 그 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62·삼진정밀 대표)은 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대전의 전통 제조·건설업과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기관들이 각자 우수한 자원을 갖고도 서로를 활용하지 못해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3월 취임한 이후 ‘반쪽 상의’를 탈피하기 위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전통 제조·건설업과 대덕특구의 협력을 주선하고 나섰다. 그동안 명목상의 관할지역이었던 충남 8개 시군의 기업들과도 만났다. 지역에 사업장을 둔 수도권 대기업에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제안했다. 2일에는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대전상의 발전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반쪽 상의를 탈피하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대전상의는 지역의 전통 제조·건설업을 주로 대변해 왔다. 대전의 가장 큰 자원은 풍부한 과학기술인데 이걸 경제에 접목하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나

“지역 기업과 대덕특구가 서로 별개라는 인식이 강했다. 기업들은 과학기술의 효용성을 절감하지 못했다. 절감하더라도 선뜻 다가갈 방법을 모르거나 자신감이 부족했다. 대덕특구 연구기관들은 국가 연구개발(R&D) 수행을 주 업무로 여겼다. 기업과의 협력이 주요 미션의 하나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지역 기업의 자본과 노하우, 대덕특구의 과학기술 자원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연기협)에 상의를 가입시키고, 1세대 벤처기업가인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를 상의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김복철 연기협회장(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과 김명수 대전시과학부시장,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등 대덕특구와 지역 기업의 가교가 될 만한 인사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무엇부터 시작할 건가.

“대덕특구 연구기관과 지역기업의 공동 R&D와 기술이전, 매칭데이(만남의 날) 운영 등을 추진할 생각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유수한 연구기관들은 매우 긍정적이다. 대전만의 자산인 퇴직 과학자와 기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

―성공 사례가 나와야 탄력을 받을 텐데….

“지역에 자본과 신사업 추진 의지가 강한 굴지 기업이 적지 않다. 이들이 대덕특구의 우수한 기술을 만날 수 있도록 상의 차원의 기업설명회(IR)를 주선해 보려고 한다. 계획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부회장단에 계룡건설, 알루코, CNCITY에너지 등 지역 굴지 기업의 오너들을 위촉했다.”

―지역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도 만났다는데….

“한화, 한온시스템, 한국타이어 등 지역 책임자를 만나 지역 기업 제품 구매를 당부했다. 기술력과 제품 수준이 낮은데 써달라는 건 아니다. 공모나 제안 기회 자체를 막지 말라는 얘기다. 구매 기능이 본사에 있지만 기회를 확대할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충남지역 시군 기업들을 방문했다.

“충남의 8개 시군이 대전상의 관할지역인데 그동안 거의 교류가 없었다. 이번에 찾아가 애로사항을 듣고 실질적인 회원 서비스를 약속했다. 대전의 퇴직 과학자를 연계해 주겠다고 했더니 큰 기대감을 보였다. 8개 시군에 지회를 세울 계획이다. 대전은 땅값이 비싸 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애를 먹는다. 대전 인근의 충남 시군은 땅값도 싸고 산업단지와 도로망도 잘 갖췄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충청권의 상생협력이 필요하다.”

―‘지역 소멸’, 경제계도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 아닌가.

“지역이 소멸하면 기업도 소멸한다. 디지털 기업이나 대형마트가 지역 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지역 소멸을 앞당긴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에 살면 기회가 더 많긴 하지만 수입의 상당 부분을 주거에 써야 한다. 좋은 공연은 지방에 살면서 서울 가서 봐도 된다. 교육계도 자라나는 세대에 지역의 의미와 산업, 취업 환경 등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 경제#정태희#대전상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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