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혈전(피가 응고된 덩어리) 부작용 탓에 미뤄졌던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다시 실시된다. 앞서 정부는 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희귀 혈전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유럽의약품청(EMA) 발표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 특수교육·보육, 보건 교사 등 23만1400명의 접종을 일단 연기했다. 잠정 중단됐던 요양병원 내 60세 미만 접종도 재개된다.
● 접종 ‘이득’이 ‘위험’의 최대 690배
질병관리청은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위험보다 높다고 11일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자문단의 연구 결과를 보면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코로나19 사망자를 ‘이득’으로, 백신 접종 이후 발생 가능한 희귀 혈전증으로 인한 예상 사망자를 ‘위험’으로 정의할 때 30~80대 이상 연령대에서 이득이 위험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별로 30대는 백신 접종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6.9명, 희귀 혈전으로 사망할 수 있는 사람이 4.0명이었다. 위험 대비 이득이 1.7배다. 이 수치는 연령이 늘어날수록 높아져 70대 215.5배, 80대 이상 690.3배 등으로 조사됐다. 나이가 많을수록 백신 접종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반면 20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험대비 접종 이득은 0.7배로 유일하게 위험이 더 컸다. 젊은 층에서 희귀 혈전증이 많이 발생하는 반면 코로나19 사망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1992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30세 미만)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외는 독일이 60세 이상, 프랑스가 55세 이상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다. 영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30세 이상이 해당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 유럽과 다른 국내 혈전…백신 후 감염 감소 뚜렷
정부는 또 국내에서 발생한 혈전 사례가 EMA가 규정한 부작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MA가 접종 후 부작용으로 분류한 것은 혈소판 감소 및 일부 출혈과 함께 발생하는 뇌정맥동혈전증(CVST)과 내장정맥혈전증(SVT)이다. 국내에서 백신 접종 후 혈전이 발견된 사례는 총 3건이다. 이중 코로나19 대응요원인 20대 남성만 CVST로 분류됐다. 이 남성도 혈소판 감소가 발생하지 않아 EMA 부작용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앞으로 백신 접종 이후 희귀 혈전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희귀 혈전증이 접종 후 4주 이내에 발생할 수 있다”며 “이상반응 발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의료기관의 감시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의 감염 감소 효과도 정부가 접종 재개를 결정한 이유로 꼽힌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부터 8일까지 백신 미접종자 10만 명당 확진자는 79.3명으로, 접종자(10만 명당 10.8명)보다 7배가량 많았다. 특히 요양병원·시설에서 접종이 진행되면서 감염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요양병원·시설에서 지난해 12월 14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이후 40여 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 교차 접종은 일단 불허…신뢰 회복 대책 필요
정부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교차 접종’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자는 부작용이 없다면 이번 ‘30세 미만 접종 불가’ 방침과 관계없이 2차 접종 때도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게 된다. 해당 백신을 1차 접종한 사람 중 30세 미만은 약 13만5000명이다.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는 판단이지만 향후 백신 신뢰도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정부 브리핑에 참석해 “(30세 연령제한 배경에)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정기석 한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한 20,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2차 접종을 꺼릴 수 있다”며 “접종률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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