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前 보좌관 부인, 신규택지 지정 한달 전 토지 매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7일 2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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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역 보좌관이었던 A 씨의 부인 박모 씨(51)가 2019년 3기 신도시 추가 공공주택지구 지정 발표를 약 한 달 앞두고 해당 지구의 토지를 매입했다. 이 농지는 매입 당시 위로 송전선이 지나가고 개발제한구역에 묶여있어 활용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A 씨 측은 “박 씨가 지인의 권유로 야적장 용도로 구입한 것”라고 해명했으나, 전 소유주와 인근 주민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매입 26일 뒤에 신규택지 지정

박 씨가 경기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에 있는 1550㎡ 크기의 해당 농지를 산 건 2019년 4월 11일. 박 씨가 토지를 매입하고 26일 뒤인 5월 7일 국토교통부는 ‘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박 씨의 땅은 이날 발표된 택지 가운데 1만3000가구 규모의 안산 장상지구 조성 계획에 포함됐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8년 10월 국토교통부에 공공주택지구 제안을 했으며, 이듬해 4월 25일 국토교통부는 관계 기관과 사전 협의를 했다. 당시 전 장관은 안산상록갑 국회의원이었다.

인근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박 씨가 매입한 토지는 제약이 많아 거래가 쉽지 않은 땅이라고 한다. 송전선이 위로 통과해 한국전력공사가 구분지상권을 설정해 토지 사용이 제한돼있다. 개발제한구역이기도 해 농경지 말고는 활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박 씨는 NH농협은행 반월공단지점에서 대출을 받아 이 토지를 샀다. 등기부등본 상 채권최고액은 2억1600만 원으로 120%를 기준으로 하면 1억80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이 된다.

박 씨의 토지 매입은 이달 초 A 씨가 면직되자 ‘부동산 투기 때문’이란 소문이 돌며 알려졌다. 전 장관 측은 1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9일 지역 보좌관이 건강상 이유로 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의원면직을 했다”며 “(토지 매입은)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목적의 부동산 매입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씨는 2012년부터 상록구 장상동에 사업장을 갖고 있으며, 지인인 소유주의 권유로 물건을 쌓아두는 야적장 용도로 샀다는 설명이었다.

●“땅 사라고 먼저 권한 적은 없다”

하지만 17일 박 씨의 토지 주변을 둘러봤더니, A 씨 측의 해명과 다른 대목들이 발견됐다. 인근 대형 송전탑의 검은 전선들이 지나가는 해당 농지는 안쪽으로 밭이랑이 6, 7개 보였고 군데군데 마늘을 심어 싹이 올라오고 있어 ‘야적장’ 용도로 보긴 어려웠다.

인근 농장 관계자도 “여기서 14년을 일했지만 야적장으로 쓰이는 건 한 번도 못 봤다. 지난해 가을쯤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농지법 전문인 한 교수는 “개발제한구역의 농지는 야적장으로 사용할 수 없다. 농업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썼다면 농지법 위반이다”고 했다.

‘소유주 권유로 샀다’는 설명도 어긋났다. 전 소유주인 김모 씨(57)는 “6개월 전 쯤 매물로 내놓긴 했지만 박 씨에게 사라고 먼저 권유한 적은 없다”며 “아내의 지인인 박 씨가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 ‘내가 땅을 사면 어떻겠느냐’고 해 팔았다. 그런데 직후 정부 발표를 듣고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박 씨는 해당 토지 매입이 투기가 아니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최근 박 씨가 찾아와 울면서 ‘투기를 했다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장관이 경찰청 합동수사본부의 상급 기관인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은 이해충돌의 문제가 있다. 측근의 지휘감독 부실 책임이 있는데 공무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도 결격 사유”라고 주장했다.

전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당에서 조사 중에 있다. 그 내용에 대해 투기냐 아니냐 하는 것을 제가 알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안산=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안산=김호영 기자 kimhoyoung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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