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살며 “농사한다” 시흥 땅 매입…투기의심 추가 공개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17일 10시 35분


코멘트
과림동 농지이지만 현재 철재를 주로 취급하는 고물상 영업 중인 상황.(참여연대, 민변 제공)© 뉴스1
과림동 농지이지만 현재 철재를 주로 취급하는 고물상 영업 중인 상황.(참여연대, 민변 제공)©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신도시 투기 의혹을 처음 폭로한 단체들이 LH 직원 외에도 농사를 짓기 힘든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외지인, 사회초년생이 농지를 매입한 사례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3기 신도지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민변과 참여연대는 2018년부터 올해 2월까지 3기 신도시 내에서 농업에 종사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를 조사·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 지역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원으로, 자료는 국토부 실거래가자료,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찾았다고 한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최초 제기한 LH 직원들을 포함해 주소지에서 해당 지역으로 출퇴근하며 농사를 짓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외국인, 외지인, 사회초년생 등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농업에 종사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들이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 금융권을 통해 받은 대출도 있다”고 했다.

민변은 대표적인 위반 의심사례를 ▲토지거래가액 또는 대출규모가 농업경영 목적이 아닌 경우 ▲농지소재지와 토지소유자의 주소지가 멀어 농업활동이 어려운 경우 ▲다수 공유자의 농지 매입으로 농지법을 위반한 경우 ▲농지를 농업에 활용 안하는 경우로, 총 4가지로 나눴다.

민변은 ‘토지거래가액 또는 대출규모가 농업경영 목적이 아닌 경우’에 해당하는 18건를 소개했다. 소유자들은 모두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해당 농지를 매입했으며 18건 중 3건을 제외한 15건은 채권최고액이 거래금액의 80%을 넘었다고 했다.

통상 대출액의 130% 내외가 채권최고액임을 감안하면 매입대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로 충당했음을 알 수 있다고 민변은 전했다.

민변은 “주채권 은행은 대부분이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으로 농지 매입의 경우 대출 한도 및 금리우대 등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농지에 대한 과도한 대출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관할 행정기구의 철저한 감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농지소재지와 토지소유자의 주소가 멀어 농업이 힘든 경우’ 9건을 발표했는데, 경남 김해·충남 서산·서울 강남3구 등 주소지가 농업을 짓기에는 먼 곳들이었다.

이들 단체는 농지법 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농지법이 이렇게 허술하게 운용되도록 역할을 방기한 각 기초지자체(시·구·읍·면)와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중앙정부(농림부), 광역지자체(경기도 등) 등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LH 임직원 10여명이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 발표 전 100억원대 토지를 사전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해당 필지의 토지 등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해보니, LH 직원 10여명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0개의 필지 토지(23,028㎡, 약 7000평) 지분을 나누어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해당 토지 매입가격만 100억원대에 이르며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추정액만 58억여원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총리실 산하 정부합동조사단이 지난 4일 출범했다.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3기 신도시 지역에서 LH 임직원과 LH 공사 임직원·국토부 공무원과 가족들의 토지 매입 현황을 조사 중이며,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세종 등 지방정부에서도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이끄는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부동산 투기 의혹 내·수사 대상자가 198명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