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윤석열 사의, 안타깝지만 적절한 시점”…정계입문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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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4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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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가전매장 TV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2시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 사의 표명 1시간만에 사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2021.3.4/뉴스1 © News1
4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가전매장 TV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2시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 사의 표명 1시간만에 사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2021.3.4/뉴스1 © News1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 142일을 남기고 전격 사퇴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안타깝지만 사퇴를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 검찰총장은 4일 오후 “검찰에서의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일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한 비판을 시작한 지 사흘 만이다.

윤 총장은 이날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정계 입문 가능성으로 읽혔다.

윤 총장의 사의표명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에선 안타깝지만 조직의 수장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지방의 한 부장급 A검사는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지만 별 도리가 없다”며 “옛날에는 (검찰에게) 적어도 설명할 기회를 주는 등 공론화의 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얘기만 반대로만 가고 있다. 총장이 제도와 관련해 아무리 얘기를 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 검사들 중에서는 중수청으로 대표되는 수용하기 어려운 사법제도 파괴 행위를 수긍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여권에서는 당론을 정해놓고 (중수청 등 법안 발의) 시점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걸 총장이 허수아비처럼 보고 있으면 오히려 조직이 돌아서지 않겠나. 적절한 시점에 잘 결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청장급 B검사는 “임기를 마치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더 남아있을 만한 이유가 없다”며 “다 똑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C검사도 “불가피한 사퇴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 같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텼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수도권의 부장급 D검사는 “결국은 정부에서 (권력수사에 대한) 무력화 시도를 계속 할텐데 더이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부패범죄들에 대해 계속 검찰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검찰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에 남아있는다고 해도 권력비리 수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며 “비단 중수청 법안 문제 때문만은 아니고 (총장이 남는다고 해도)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부장검사도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면서도 “국가형사사법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드는 문제인 만큼, 조직의 수장으로서는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징계청구 국면과는 달리 개인 비위 관련 사항이 아니고, 검찰 조직의 문제인 이상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검찰총장으로서는 수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장검사는 “조직을 이렇게까지 만신창이를 만들겠다는데 어떤 수장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직을 걸고라도 막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이 검찰을 살리기 위해선 사퇴가 불가피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윤 총장의 한 측근은 “일반적으로는 중수청법 관련 반대 활동을 하다가 사표를 쓰는 것이 맞지만, 지금 이 상황은 윤 총장 때문에 만들어진 상황”이라며 “정부와 여당에서 사실상 검찰을 죽이겠다고 협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총장을 내쫓으려고 별짓을 다 했는데도 꿋꿋하게 버티니 마지막 카드를 쓴 것”이라며 “ 총장 입장에서는 검찰을 살리려면 떠나는 방법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이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A검사는 “일제시대에 고민을 하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항일운동을 하게 된 것처럼 거의 (정치권에) 떠밀려가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꼭 정치활동이 아니더라도 (향후 거취에 대해) 많이 열어놓은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D검사는 “(검찰 안에서) 더 나아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차라리 직접 바꿀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결심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나가시면 정치를 하시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치권으로 바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C검사는 “(윤 총장의 발언이)정치를 도전하겠다는 이야기는 맞는 것 같다”며 “다만 정치를 하는 것은 우려의 의견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장관이든 청와대든 이걸 빌미로 앞으로 검찰 출신은 정치를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지켜보다가 정치권으로 가는 게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의 사의가 받아들여지면 윤 총장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된 지 약 1년8개월 만에 검찰을 떠나게 된다. 윤 총장은 전날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정계에 진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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