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사랑받던 제주 용눈이오름, 2년간 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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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휴식년제로 일반인 출입금지
탐방객 발길에 생태계 파괴 심각
훼손면적 늘어 되돌리기 힘든 상태
생태계서 중요한 역할 368개 오름
보전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오름 선의 미학을 보여주는 용눈이오름의 훼손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면서 이달 1일부터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오름 선의 미학을 보여주는 용눈이오름의 훼손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면서 이달 1일부터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지난달 31일 제주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

돌담으로 경계를 표시한 제주 특유의 묘소를 지나면 높이 88m의 오름 정상으로 향하는 완만한 오르막길이 나온다. 자녀나 노부모, 친구 등과 함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잠시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1km가량 지나 정상에 오르니 성산일출봉과 한라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3개 분화구 사면은 ‘선(線)의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 공간이다. 용눈이오름은 이달 1일부터 자연휴식년제가 시행돼 2023년 1월 말까지 2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다.

용눈이오름은 수려한 경관이 영화와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관광객과 도민들이 즐겨 찾으면서 오름 정상으로 향하는 곳은 식물 생태계가 파괴됐고 탐방객의 답압(踏壓)으로 훼손 면적도 늘어갔다. 응급 복구를 위해 탐방로에 흙이 담긴 마대와 야자매트를 깔았지만 훼손을 막기 힘든 상황이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분석구를 비롯해 응회환, 응회구, 마르, 용암돔 등의 단일 화산체를 이르는 오름은 악, 산, 봉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악(嶽)’을 ‘오로음(吾老音)’, ‘올음(兀音)’이라고 부른다고 했지만 어원은 뚜렷하지 않다.

오름 대부분은 팝콘이 튀겨지듯이 화산이 폭발하면서 형성된다. 제주에서 ‘송이’로 불리는 화산쇄설물은 흙처럼 뭉쳐지지 않고 부서지기 쉽다. 한번 무너져 내리면 복원하기 힘든 지질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는 오름을 복원·복구하기 위해 2008년 제주시 조천읍 물찻오름, 서귀포시 안덕면 도너리오름 등 2개 오름에 대해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했다. 이들 오름은 2020년까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지만 생태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에는 서귀포시 송악산 정상 탐방로와 백약이오름 정상부 봉우리, 제주시 구좌읍 문석이오름이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갔다.

새별오름 동거문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다랑쉬오름 노꼬메오름 등은 탐방객 발길이 이어지면서 훼손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체계적인 보호 관리 방안이 미흡한 실정이다. 2017년 마련된 ‘제주도 오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올해 수립될 예정이던 오름 보전 및 관리 기본계획은 예산 문제로 무산됐다.

한 제주지역 오름 연구자는 “한라산과 더불어 제주의 대표적인 경관자원인 오름에 대한 관리 정책이 오히려 후퇴했다”며 “자연생태와 인문환경 분야 전문가 등으로 보전·관리위원회를 꾸려 오름에 대한 기초조사를 벌여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1997년 발표한 자료에서 오름 수를 368개라고 밝히고 외형에 따라 말굽형 원추형 원형 복합형 등으로 구분했다. 오름은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로 생태계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목장, 묘지, 종교적 성소, 일제강점기 진지동굴, 조선시대 봉수 등의 장소로 쓰여 인문학적 가치도 있다. 최근에는 건강과 힐링을 위한 트레킹 명소, 예술작품 소재 등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관광객#용눈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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