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주전부터 강한 외력, 췌장 절단
복강내 혈액 90% 과다출혈로 숨져
6개월 걸쳐 갈비뼈 7곳 골절 드러나… 입양 한달뒤부터 지속적 폭행 의혹

검찰이 양모의 주된 혐의를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죄로 변경한 데에는 “정인이에게 치명적인 수준의 폭행이 지속적으로 가해졌다”는 법의학자들의 부검 재감정 소견이 주요 근거가 됐다. 재감정에 참여했던 법의학자들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영양실조로 제대로 활동을 못하던 생후 16개월 아이를 발로 밟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부검 결과 정인이는 복부에 가해진 강한 둔력(鈍力)에 의해 췌장이 절단돼 복강 내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정인이의 출혈량은 약 600mL였다. 정인이의 나이와 몸무게(약 9.5kg)를 고려할 때 전체 혈액의 90%에 달하는 양이다.
정인이 시신 재감정 결과 강한 폭행이 지속적으로 가해진 흔적도 발견됐다. 이 교수는 “약 6개월에 걸쳐 서로 다른 시기에 발생한 갈비뼈 골절이 7군데 보였다. 이 정도면 입양 한 달 뒤인 3월경부터 갈비뼈가 온전했던 기간이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A 교수도 “췌장을 비롯한 주변 장기에 섬유화가 진행된 흔적이 보였다. 최소 사망 2, 3주 전부터 췌장에 손상을 입힐 정도의 힘이 여러 번 가해졌던 증거”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양모 측 변호인은 “(정인이)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로 인한 통증으로 피해자를 떨어뜨린 사실은 있지만 고의로 숨지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양모가 피해자가 하늘을 보는 상태로 떨어져 등을 의자에 부딪쳤다고 진술했다고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허리가 복부 장기 손상을 막아준다. 등으로 떨어져서는 췌장 손상이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이 양모에 대해 살해 의도가 있었다거나, 정인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폭행을 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살인죄가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선고 형량이 크게 높아진다.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의 법정형은 각각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기준은 살인죄(10∼16년형)가 아동학대치사(4∼7년형)보다 2배 이상 높다. 다만 양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사망 경위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부족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양모를 재판에 넘기면서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이후 양부모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기소 당시와 첫 공판 사이에 사실관계가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충분히 검토해 살인죄로 기소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소 당시 살해 의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양모에 대해 프로파일링 수사를 진행하다 결과를 받지 못한 채 구속 기간 마지막 날 기소했는데 이후 유의미한 내용이 확인돼 법의학자 재감정 등 보완 수사를 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박종민 blick@donga.com·조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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