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2분기내 도입 추진’ 성과 없어… 추가협상서도 힘들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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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정부, 화이자-얀센과 구매 계약
화이자 선진국 선구매 물량 많아 도입시기 당기기 쉽지 않은 상황
얀센 임상 3상 내년 1분기 완료… 아스트라도 선진국 승인 아직 없어
제약사 요구 ‘부작용 면책권’ 수용
의협 회장 “내년 집단면역 어려워”

정부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 얀센(존슨앤드존슨의 제약 부문 계열사)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계약 협상을 벌이며 도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물량은 구매약정서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확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표로 했던 ‘내년 1분기 도입’은 실패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에선 내년 2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가장 먼저 시작된다.

○ 화이자 접종, ‘최초’ 영국보다 6개월 늦어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얀센의 경우 당초 예정된 물량보다 200만 명분이 더 많은 총 600만 명분을 계약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협의된 백신 물량을 추가로 확보한 건 긍정적이다. 그러나 최근 백신을 둘러싼 이슈의 핵심은 바로 도입 시기다. 국민들 역시 ‘내가 언제 접종을 받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도입 시기만 놓고 보면 ‘얀센 2분기, 화이자 3분기 도입’이라는 계약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이자 백신은 지금까지는 정부가 강조한 ‘안전성’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코로나19 백신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접종을 시작한 것이 화이자 백신이다. 영국과 미국을 필두로 이미 대규모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맞고 있어 안전성을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3분기에야 처음 도입된다. 물량이 단계적으로 공급되는 걸 감안할 때 접종 완료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반면 정부가 600만 명분을 확보한 얀센 백신은 아직 3상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지 정확히 모른다. 3상 임상시험은 내년 1분기에 완료된다. 1회 접종으로 끝날지도 미지수다. 얀센은 1회 접종으로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 때문에 현재 2회 접종까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2회 접종으로 결정된다면 정부가 계약한 물량은 300만 명분이 될 수도 있다.

1분기부터 도입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직 선진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낮은 백신을 우리 국민들이 먼저 맞게 됐다. 정부는 백신 계약을 체결한 타 국가와 동일하게 ‘부작용 면책권’을 받아들였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며 “제조사들에 평상시의 예와 같이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계약한 백신은 내년 상반기에 일부 물량이 들어오고, 하반기 중 대략 9월 이후 일부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는 2021년에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추가 협상으로 시기 앞당기기 어려워”
이번 협상 과정의 분위기는 대체로 정부 측에 불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중간 정부 측 담당자 사이에서 “콧대 높은 제약사들이 국내에 비판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협상이 더 불리해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나마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긴 배경에는 정부와 국내 민간제약사와의 협력 덕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총리도 20일 출연한 KBS ‘일요진단’에서 “외교적으로도 노력을 하지만 그것보다는 거래 관계가 있는 국내 유수한 바이오 회사들을 동원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협상을 통해 백신 도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은 국방물자생산법(DPA)까지 동원해 자국에서 생산되는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확보했다. 화이자 측이 “백신 원료가 모자란다”고 하니 미국 정부는 원료를 제공하겠다며 1억 회분을 더 계약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선구매 국가의 백신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미노처럼 국내 도입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미국은 팬데믹이 끝나기 전까지 자국에서 만든 백신을 내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더나는 한국에 지사가 없는 데다 영국 등 선구매 국가가 많아 어렵다. 차라리 후발 주자인 미국 노바백스 백신이라도 구매 계약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강동웅 기자
#코로나#백신#화이자#얀센#아스트라제네카#집단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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