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 백신 4400만명분 확보”… 내년 상반기 접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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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국내 첫 백신 내년 2, 3월 도입될듯
안전성 확인한 뒤 접종 방침
코로나 343일만에 英 첫 접종 시작

내년 상반기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8일(현지 시간) 미국 화이자 백신의 일반인 접종이 시작됐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백신 중에선 세계 최초다. 코로나19 발병이 국제사회에 보고된 지 343일 만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종식이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8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 국민의 85%에 해당하는 4400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1000만 명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 4곳의 3400만 명분이다. 첫 백신 도입은 내년 2, 3월에, 접종은 상반기 중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다른 국가의 추이를 보며 안전성을 확인한 뒤 접종을 시작할 방침이다.

선구매 물량은 당초 계획(3000만 명분)보다 많다. 백신 개발 실패 등에 대비해 추가됐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2∼5배를 확보한 미국, 일본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최종 구매계약까지 이뤄진 곳은 아스트라제네카뿐이다. 나머지는 구매약정서나 공급확약서를 주고받은 상황이다. 정부는 다른 제약사의 백신을 늦어도 내년 말까지 도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보다 앞서 선구매를 확정한 국가의 상황에 따라 국내 도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 백신 1000만명분만 제대로 확보… 나머지는 도입시기 못정해 ▼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내년 2, 3월 도입한다고 8일 밝혔다. 대상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 1000만 명분. 지난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아스트라제네카 고위 임원이 만나 ‘1분기 공급’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등 나머지 3개사 백신(2400만 명분)의 도입 시기는 불확실하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공급한다”는 방침을 내놓았을 뿐이다. 코백스 퍼실리티(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를 통한 공급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공급 물량과 시기가 모두 확정된 건 아스트라제네카뿐이다. 나머지 제품에 대해 ‘계산하기 전 장바구니에 담아 놓기만 했다’라는 비유가 나오고 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화이자 등과 맺은 ‘구매약정서’와 ‘공급확약서’에는 구체적인 백신 도입 시기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화이자 등 3개사와 이달 중,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구체적인) 계약서를 작성할 것”이라며 “내년 몇 분기에 백신을 공급받을 것인지 명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과연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는 해당 백신을 대량 선구매한 상황. 이들 국가의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초기 물량이 부족해 한국의 순서가 뒤로 밀릴 수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제약사들이 자국 내 물량을 먼저 충분히 공급할 것”이라며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도입은 조금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원자재 부족으로 인한 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화이자는 3일 원료 부족으로 인해 올해 백신 출시 목표량을 1억 도스에서 5000만 도스로 절반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내년 1분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들어와도 곧바로 접종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여부와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검토해 접종을 시작할 방침이다.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조건 빨리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그럴 일이 아니다. 백신은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의 초저온 상태로 유통해야 한다. 국내에 도입돼도 접종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직 도입 시기조차 정해지지 않은 화이자나 모더나 등의 경우 내년 하반기에나 접종이 가능하고 최악의 경우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접종 시기를 최대한 당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국내는 병상 부족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이라며 “해외의 백신 부작용 여부를 먼저 파악하겠다는 건 정부 스스로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는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칫 다른 나라가 상반기 중 집단면역을 형성해 여름휴가를 즐길 때 한국은 계속 거리 두기를 하다 내년 말에나 종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부작용 등에 대비해 선구매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어떤 백신의 효과가 좋을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최소한 인구보다 많은 백신 물량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강동웅 기자
#코로나#백신#내년#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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