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회의, ‘사찰 안건’ 7차례 투표 모두 부결… “정치적 이용 경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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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10여명 동의로 당일 긴급상정
117명중 96명이 ‘원안’ 반대 이후 6차례 수위 낮췄지만 찬성 못얻어
“재판중인 사안” 입장표명 않기로… 與 “판사가 움직여야” 발언도 영향
법무부, 윤석열 징계위 10일 오전 개최

7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오재성 부장판사)에서 법관 대표들이 검찰의 ‘재판부 사찰’ 의혹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지만 공식 입장을 내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이날 회의는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사진은 이날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법관대표회의 운영진이 회의용 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전국법관대표회의 제공
7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오재성 부장판사)에서 법관 대표들이 검찰의 ‘재판부 사찰’ 의혹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지만 공식 입장을 내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이날 회의는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사진은 이날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법관대표회의 운영진이 회의용 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전국법관대표회의 제공
법관 대표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7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 의혹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지만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론 냈다.

전국의 각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125명으로 구성된 법관 대표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회의를 했다. 회의에는 법관 대표 125명 중 120명이 참석했다.

재판부 사찰 문건 의혹은 애초 안건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회의 당일 10명 이상의 법관이 안건을 올리는 데 동의해 긴급 상정됐다. 하지만 표결에 참석한 117명의 법관 중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21명의 법관만 가결 의사를 표시했고, 나머지 96명은 반대해 부결됐다. 이후 6차례에 걸쳐 표현 수위를 완화한 수정안을 거듭 표결에 부쳤지만 각각 30여 명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부결이 확정됐다.

○ 문건 입장 7차례 투표… “정치적 이용 경계” 부결

해당 안건은 제주지법의 법관 대표인 장창국 부장판사가 발의했다. 장 부장판사는 회의에서 “(재판부 사찰 문건 의혹에 대해) 삼권분립과 절차적 정의에 위배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일체의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내용을 안건으로 제시했고, 10명 이상의 법관들이 동의했다.

안건이 상정되자 법관 대표들은 토론에 나섰다. 일부 법관은 “법관 정보 수집 주체(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가 부적절하며 공판 절차와 무관하게 다른 절차에서 수집된 비공개 자료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며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다수의 법관 대표들로부터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특히 “서울행정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고, 앞으로 추가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서 재판의 독립을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입장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발이 거셌다.

이에 장 부장판사 등은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및 보고가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부결됐다. 이후 ‘법관대표회의의 분과위원회에 회부해 논의하자’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추가 수정안 등 원안을 포함해 총 7차례에 걸친 투표가 이날 진행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회의에 참석한 한 법관 대표는 “법관들은 다른 재판부 사건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행동을 특히 경계한다”며 “윤 총장과 관련해 현재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한 결론이 나왔을 뿐 직무배제의 위법성을 다루는 본안 소송은 서울행정법원이 심리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판사들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판사들이 입장 표명에 더 신중했다는 분석도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안건 상정이 강행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은희 수원지법 판사는 7일 법원 내부망에 “당초 각급 법원에서 안건 상정 찬반 여부를 의견 조회했을 때 대다수의 법원에서 신중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들었다”며 “그럼에도 의안의 수정을 통한 안건 상정이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 전체 법관 대표 최소 20%는 “문건 부적절”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집단 성명을 내진 않았지만 약 20%의 법관 대표들이 사찰 의혹 문건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1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릴 예정인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미국 연방판사 100여 명의 학력과 경력, 정치활동, 세평 등의 자료가 담긴 책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고도예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재판부 사찰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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