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전지검 ‘원전 구속영장 청구’ 보고… 대검 “보강수사 필요” 반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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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직무배제]
대전지검, 尹직무배제 일주일전 산업부 관계자 영장 의견서 올려
대검 “수사기록도 추가로 제출하라”… 尹총장엔 며칠 지난 뒤에 보고
尹 ‘보강수사후 영장 청구’ 지시… 대전지검, 尹직무배제 당일 재보고
대검 “감사방해로만 구속전례 없어”… 檢안팎 “與비판후 원전 수사 지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심문이 30일 열린다.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징계위원회도 각각 다음 달 1, 2일 예정돼 있다. 사진은 29일 대검찰청 모습.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심문이 30일 열린다.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징계위원회도 각각 다음 달 1, 2일 예정돼 있다. 사진은 29일 대검찰청 모습. 뉴스1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약 일주일 전에 산업통상자원부 전·현직 국장급 인사 등에 대해 감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찰청에 보고했다가 반려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가 월성 1호기 원전에 대한 검찰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검, 대전지검에 ‘수사기록’ 달라 요구”

윤 총장이 24일 사상 초유의 직무배제와 징계 회부 명령을 받기 불과 일주일 전인 이달 셋째 주.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와 대검찰청은 월성 1호기 사건 경제성 평가 감사원 감사 과정의 증거인멸 혐의에 연루된 산업부 전·현직 국장급 관계자 등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복수의 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에 더해 혐의 사실과 법리 검토 보고가 수사팀에서 대검으로 올라갔다. 검찰은 감사원이 이첩한 7000쪽 분량의 ‘수사 참고자료’ 등을 토대로 증거인멸 수사를 급진전시켰고, 핵심 인사의 휴대전화 등에서 청와대 윗선 보고체계 과정을 수사할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검 반부패강력부에서 보강 수사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검찰총장 보고가 늦어졌다고 한다. 수사팀에는 수사기록이나 진술조서 원본 등을 추가로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대검 관계자들은 “대검 고위 관계자가 대전지검의 영장 청구 의견서가 올라온 당일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며칠 뒤 이를 보고받은 윤 총장은 “(대검의 의견대로) 보강 수사를 거치되, 수사 종결 전 증거인멸 등 혐의가 명확한 인원은 1, 2주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수사팀에서는 “수사기록 원본을 받아 검토해보라”는 윤 총장의 지시가 없었던 만큼 기록 자체를 가져오라는 반부패부의 수사지휘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을 수사할 때도 조서 자체나 기록을 대검찰청에 보고하라는 지시는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부패부 고위 관계자는 “반부패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의견을 모았고, 이를 윤 총장에게 모두 보고했다”며 “감사원법상 감사방해 혐의로만 구속된 전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 윤 총장 직무배제 당일 재보고…추가 지시 없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4일 오후 전격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 결정을 발표했다. 대전지검은 총장 직무정지 사태에도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다시 제기했지만 대검에서 추가 지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에서는 이른바 여권 핵심 인사들이 월성 1호기 수사를 성토한 후 “검찰의 원전 비리 수사가 올스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검찰은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 14일 이후 수사가 더뎌졌다는 것이다. 대전지검이 16일 “월성 1호기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當否)에 관한 것이 아니다”란 입장을 낸 것도 반박 성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 내부의 극심한 불신과 갈등이 드러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사팀은 대검 반부패부를 믿지 못해 내밀한 기록을 내놓길 주저했고, 반부패부 역시 수사팀이 무리한 법리 구성으로 수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불신이 대립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대전지검장과 이상현 형사5부장에 대한 ‘원포인트’성 인사가 단행된다면 원전 수사의 동력이 끊길 것”이라고 말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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