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컴퓨터 칩 심어 전문지식 전수 교수-교사는 멘토-가이드 역할로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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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세계교육의 미래상 예측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의 미래를 설명하고있는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의 미래를 설명하고있는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억만장자 혁신가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뇌신경과학 벤처기업 뉴럴링크가 컴퓨터 칩을 뇌에 이식하고 두 달간 생활한 돼지를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공개했다. 칩이 돼지의 뇌파를 수집해 무선 전송하는 모습이 스크린 위에 나타났다. 뇌에 칩을 심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머지않아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머스크는 장치를 이식하면 기억력 감퇴, 청력 손상, 우울증, 불면증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공동 저자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는 뇌·컴퓨터 연결기술(brain computer interface)이 보편화되면 특히 교육 분야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컴퓨터 칩을 뇌에 집어넣어서 슈퍼컴퓨터와 연결한다면 지식 전수는 앞으로 필요 없어질 것”이라며 “공상 영화에서 봤던 미래 기술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확산된 원격수업도 교육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미래예측 싱크탱크 성격의 유엔미래포럼은 전 세계 4500여 명의 전문가가 가입돼 있으며 66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나.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 것 같다.

“백신이 나오면 코로나19가 없어질 것이라는 관측은 안이하다. 미래학자들은 코로나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계속해서 변종이 생기기 때문에 백신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코로나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이에 대비해야 한다. 원격수업·원격회의 기술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발전하고 있다. 반면 학교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원격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학교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미국 대학들이 5년에서 10년 안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4500여 개의 미국 대학 중 2000개가 소멸된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은 자국 학생에게는 학비를 싸게 해주고 외국인 유학생에게 높은 학비를 받는다. 외국인 유학생이 내는 돈으로 살아남는 셈인데 코로나19로 유학생 수가 급감했다. 갑자기 돈줄이 끊기면서 기부금이 많은 대학은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학생들도 휴학을 많이 하고 있다. 어차피 학교도 나갈 수 없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보니 시원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질 좋은 온라인교육 자원들이 발전하고 있는 것도 전통적인 대학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일부에선 한국 대학들도 5년 안에 50개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학교육이 붕괴된다면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갈 의지나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온라인교육으로 취업이 가능하다고 보나.


“이미 일부 미국 기업들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들은 대학을 졸업한 지원자들이 별 쓸모가 없자 자신들이 직접 교육시켜 채용하겠다며 3∼6개월의 온라인 기술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비용은 30만 원 정도로 장학금도 준다. 기술교육을 수료한 뒤 인증서를 받으면 대학 졸업장 없이 취업이 가능하다. 취업 때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대기업도 많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6월 연방정부가 공무원을 뽑을 때 학력보다 기술을 우선해 채용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학교육의 파괴가 시작되고 있다.”

―뇌·컴퓨터 연결기술 발전으로 교육의 대변화를 예측했는데 교수·교사들은 어떻게 되나.

“역할이 달라진다. 뇌와 컴퓨터가 연결되고 전문가의 지식을 다운로드해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게 된다. 필요한 사람에게 그 지식을 업로드 한다. 공부의 의미가 달라진다. 지식을 전수하는 일은 컴퓨터 칩과 연결된 슈퍼컴퓨터가 주로 맡기 때문에 사람의 힘이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교수·교사는 협업자 동업자 멘토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선생님이 오래전에 배운 지식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이 교실 스크린에서 유명 인사나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를 같이 시청한 뒤 대화하는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선생님이 사회 경험이 많이 때문에 가짜뉴스와 나쁜 정보를 구분해 주고 많은 정보로 인해 흩어지는 관심을 모아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에듀플러스#교육#박영숙대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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