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단속 덜 하겠지?” 잘못된 생각에 음주운전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3일 2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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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DB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DB
음주운전으로 치킨 배달에 나섰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A 씨(33·여)는 경찰 조사에서 “술자리에서 말다툼을 한 뒤 홧김에 차를 몰고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인 3명과 인근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모텔에서 술을 마셨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술집이 오후 9시 영업을 종료하자 모텔을 잡아 술자리를 이어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일행과 말싸움 끝에 “집에 가겠다”며 밖으로 나와 운전대를 잡았다.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을 훌쩍 넘는 만취상태였다. A 씨는 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치었다.

● 코로나 이후 음주운전 되레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회식 등 술자리나 차량 통행량이 비교적 줄었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 사고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1% 증가했다. 사망자는 지난해(152명)와 비슷한 149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올 2월 29일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체계를 도입한 이후 완급을 조절하며 시행해왔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한창이던 6일,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대낮에 술을 마신 50대 남성 B 씨의 음주 운전으로 6세 남자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이날 오후 3시 반경 술을 마신 뒤 승용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인도에 설치된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햄버거 가게 앞에 서 있던 아이가 덮쳤다. 아이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B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동작구에서 음주 운전자가 골목길을 걸어가던 50대 여성 2명을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같은달 29일에는 경기 수원시에서 음주 운전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던 앞 차량을 들이받고 달아나 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달 1일 전남 보성군에서는 갓길을 걸어가던 70세 노인이 음준 운전 차량에 치어 숨졌다.

● 단속 방식은 ‘언택트’, 강도는 그대로
일각에서는 일부 운전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다소 느슨해진 것으로 오해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속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인식 때문에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해이해지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단속 방법이 약간 바뀌었을 뿐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7~8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운전자가 측정기에 입을 대지 않아도 알코올 입자를 감지하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이용해 단속하고 있다. 이 감지기에서 경보가 울릴 경우 접촉식 측정기를 이용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접촉 감지기가 도입됐을 뿐이지 측정 효과는 이전과 동일하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단속을 통해 운전자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음주운전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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