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증 병상 달랑 70개 남아… 의료진 감염에 병동 폐쇄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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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국 확산 비상]의료마비 초비상

22일 새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인천 남동구에 있는 가천대길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환자는 전날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자정 무렵까지 입원 병상을 찾지 못했다. 중증도 분류에서 경증과 중증 사이인 ‘중등증’ 판정을 받았는데 이에 맞는 여유 병상이 서울시내엔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 중구의 국립중앙의료원이나 성동구의 한양대병원에 남아 있던 병상은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장비 등을 갖춘 중증환자 전용이었다. 결국 이 환자는 인천으로 이송돼 다음 날 새벽에야 격리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중등증 환자는 5∼10일 사이에 중증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중증환자 급증하는데 병상 여유 없어

23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00명 가까이 나오면서 중증환자 수도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 중 고령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841명 가운데 60대 이상이 40.2%를 차지하고 있다. 23일 0시 기준 국내 전체 확진자(1만7399명) 중 60대 이상(4357명)이 차지하는 비율 25%보다 많이 높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환자는 모두 30명. 이 중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4명으로 가장 많다. 이 교회 첫 확진자가 12일 나오고 열흘가량 지나면서 병세가 경증에서 중증으로 악화된 환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병상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전국에 비어 있는 코로나19 환자 병상은 21일 1228개(생활치료센터 제외)에서 22일 1137개로 91개가 줄었다. 전체 확보 병상(3085개)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36.9%만 남은 것이다. 이 중 경기도에선 21일 0시 기준으로 병상 592개 중 549개(92.7%)가 채워져 한때 포화 직전까지 갔다.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더 여유가 없다. 전국의 중증환자 병상은 22일 기준 541개 중 119개(22%)만 남아 있다. 이 중 수도권은 339개 중 70개(20.6%)만 사용할 수 있다. 경증환자들을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도 빈자리가 빠르게 줄고 있다. 전국 5개 생활치료센터에선 수용인원 1167명 중 764명(65.5%)이 찼다. 중증환자 치료 병상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면 경증환자들을 생활치료센터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 병원 의료진 감염 확산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진과 환자가 늘면서 병동이 폐쇄되거나 진료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져 코로나19 대응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선 이비인후과 병동 간호사가 21일 확진돼 병동 일부가 일시 폐쇄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에서는 암센터에 입원 중이던 60대 환자가 22일 확진됐다. 병원은 진료를 중단하고 병실 간 이동을 금지했다. 충남 천안시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선 30대 간호사 등 의료진 3명이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2명은 내시경실에서, 1명은 응급 중환자실에서 일했다. 이 병원은 일부 병동을 폐쇄하고 의료진 등 2600명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앞서 17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도 간호사 2명이 감염돼 한때 일부 병동이 폐쇄됐다.

대형병원뿐 아니라 중소병원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한도병원에선 입원환자 2명이 22일 추가로 확진돼 지금까지 간호사 1명 등 총 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50대 확진자가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11∼14일 이 병원을 다녀간 뒤 추가 감염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병원 일부 입원병동이 17일부터 30일까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경남 창원시 마산의료원에서도 응급실 간호사 1명이 22일 확진돼 응급실을 폐쇄하고 긴급방역에 들어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은 21일 기준 의사 11명, 간호사 80명 등 137명에 달한다. 이 중 확진자 치료와 선별진료소 검체 채취 과정에서 감염된 의료진이 14명이다. 나머지는 병원 내 집단감염 등을 통해 바이러스에 전염됐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의료진이 감염되면 해당 의료기관이 일정 시간 환자 진료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 진단검사 지체로 방역에도 지장

확진자 급증으로 진단검사 통보가 늦어지면서 방역에 부담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건수는 최근 2주간(8∼22일) 16만6536건에 이른다. 이는 직전 2주간(지난달 26일∼8월 9일)의 10만1724건에 비해 63.7%나 급증한 것이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진단검사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성남시는 하루 200∼300건이던 검사 건수가 최근 600건으로 늘었다.

진단검사 급증으로 결과 통보가 늦어지면서 접촉자 추적도 늦어지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3일 “각 보건소에서 접촉자 조사에 대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급적 당일 내 접촉자를 파악해 조치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접촉자 추적이 늦어지는 만큼 지역사회에서 조용한 전파가 더 확산될 우려가 있다.

검사 지연은 신속한 병상 배정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저녁에 의심환자의 검체를 보내면 통상 다음 날 오전 일찍 결과가 통보됐는데 요즘엔 오후나 돼야 나온다”며 “확진자에 대한 병상 배정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강동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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