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아내 살인 무죄’ 남편, 100억 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8월 11일 15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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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사건, 사실관계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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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아내 교통사고 사망사건’의 피고인 이모 씨(50)가 파기 환송심에서 ‘살인’ 혐의를 벗으면서 100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전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허용석)는 10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주의적 공소사실인 살인 및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죄명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만 처벌한다는 판결이다.

이 씨는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아 동승자인 캄보디아 출신의 아내(사망 당시 24세)를 숨지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아내 앞으로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95억 원 상당의 보험(25건)이 가입 돼 있었다. 지연 이자까지 합하면 100억 원이 넘는다.

앞서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아내를 살해할 동기가 없고,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단순 교통사고로 볼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어 대법원은 2017년 5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씨가 살인죄를 벗으면서 보험 약관 상 하자가 없다면 보험금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순순히 이 씨에게 거액의 보험금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 씨가 살해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와 별개로 보험금 지급에 관한 민사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이미 이 씨는 지난 2015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을 때 부터 보험사들과 보험금 지급을 두고 민사 소송을 벌여왔다.

엄격한 증거주의를 따르는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도, 민사재판에서는 계약을 무효로 하거나, 부분적으로만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조을원 변호사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형사사건이랑 민사사건에 있어서 사실관계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상법에 보면 보험금 같은 경우에 고의라든지 중과실로 사고를 낸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사법원은 이 보험금에 대해서 순수하게 생명이나 신체 등에 대한 위해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2년 발생한 ‘의자매 독초 자살 방조 사건’이다.

이사건의 피고인 A 씨는 의자매 B 씨 앞으로 사망 3주 전 고액의 종신보험에 가입시키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보험사기, 자살방조 등)로 기소됐으나 2014년 무죄 판결(서울고법)을 받았다. 자살이 입증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민사법원은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A 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면서 보험 계약을 무효로 인정했다.

조 변호사는 이 판례를 언급하면서 “이런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번 보험금 소송도 한번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재판에서 검찰의 주의적 공소사실이 무죄 판결된 만큼, 검찰이 다시 대법에 재상고할 가능성도 있다. 대전고검 고위관계자는 “대법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다시 상고할 수 있는지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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