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18년 전 유서도 눈길…“바른 생각들이 유산되길”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10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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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서가 공개된 가운데 박 시장이 18년 전 펴낸 책에 실렸던 유언도 관심을 끌고 있다.

2002년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이던 박 시장은 자신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에서 자녀와 아내, 지인 등에게 보내는 3통의 생전 유언을 남겼다.

박 시장은 저서에서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선한 심성을 바탕으로 바르게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박 시장은 “유산은커녕 생전에도 너희의 양육과 교육에서 남들만큼 못한 점에 오히려 용서를 구한다.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함께 모여 따뜻한 대화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구나. 나는 너희에게 무언가 큰 가르침도 남기지 못했으니 그저 미안하게 생각할 뿐”이라고 돌이켰다.

이어 “우리 부모님은 내게 정직함과 성실함을 무엇보다 큰 유산으로 남겨 주셨다. 내 부모님의 선한 심성과 행동들이 아빠의 삶의 기반이 되었듯 내가 인생에서 이룬 작은 성취들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바른 생각들이 너희의 삶에서도 작은 유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박 시장은 “그래도 아빠가 세상 사람들에게 크게 죄를 짓거나 욕먹을 짓을 한 것은 아니니 그것으로나마 작은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인생은 그렇게 돈이나 지위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너희는 돈과 지위 이상의 커다란 이상과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내를 향해서는 인권변호사·시민운동가를 하던 자신의 ‘거친 삶’을 함께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며, 자신의 안구와 장기를 기증하고 자신의 몸은 화장해 자신의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고 부탁했다.

박 시장은 “이미 안구와 장기를 생명나눔실천회에 기부했으니 그분들에게 내 몸을 맡기도록 부탁하오. 그 다음 화장을 해서 시골 마을 내 부모님이 계신 산소 옆에 나를 뿌려주기 바라오. 양지바른 곳이니 한겨울에도 따뜻한 햇볕을 지키면서 우리 부모님에게 못다 한 효도를 했으면 좋겠소”라고 언급했다.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전했다. 박 시장은 “원컨대 당신도 어느 날 이 세상 인연이 다해 내 곁에 온다면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겠소. 그래서 우리 봄 여름 가을 겨울 함께 이 생에서 다하지 못한 많은 시간을 함께 지냈으면 하오”라고 전했다.

또 자신의 빈소에 오는 손님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말라고 했다. 그는 “내 마지막을 지키러 오는 사람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소. 내 부음조차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소. 신문에 내는 일일랑 절대로 하지 마오”라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모든 가족과 지인들에게’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자신의 형제들, 어릴 적 친구들, 초등학교 은사, 변호사 시절의 동료들, 선배 변호사들,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한편 10일 유족에 의해 공개된 유서에서 박 시장은 국민과 가족에 사죄했다. 박 시장은 유언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적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오전 0시1분께 서울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발견됐다.박 시장은 또 지난 8일 전 직원으로부터 미투 관련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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