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 공포… ‘탐라 실체’ 밝혀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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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역사문화권에 탐라 포함… 발굴-복원사업 법적 근거 마련
“유물 유적 묻혀있을 가능성 높은 제주 용담-외도 등 발굴조사 필요”

국립제주박물관에서 탐라국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왕의 무덤이나 궁궐터 등이 나오지 않아 대대적인 발굴 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국립제주박물관에서 탐라국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왕의 무덤이나 궁궐터 등이 나오지 않아 대대적인 발굴 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세종 16년인 1434년 제주의 정치 행정 중심지인 제주목 관아에 화재가 발생했다. 실화인지, 방화인지 규명되지 않았지만 당시 화재로 건물뿐 아니라 서적 등 모든 기록물이 불에 탔다. 조선시대 이전인 ‘탐라국’ 관련 문서도 이때 모두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탐라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 백제본기, 고려지 등 일부 고서적에 나오지만 미미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탐라국의 존재를 유적 유물 등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해야 하지만 그동안 전문 연구인력 부족과 자치단체의 무관심 등으로 발굴 조사가 폭넓게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탐라국에 대한 발굴, 복원사업을 벌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고고학계의 사업 추진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9일 공포(2021년 6월 10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역사문화권에 고구려, 백제, 가야, 마한 등에 이어 ‘탐라역사문화권’이 포함됐다.

당초 특별법 원안에는 탐라역사문화권이 들어있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이 ‘탐라역사문화 보존 및 진흥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법안 협의를 통해 반영된 것이다.

이번 특별법으로 역사문화권 정비에 따른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장문화재 발굴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발굴 문화재를 보존 조치한 후 복원사업을 벌일 수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에서는 관련 예산을 지원하도록 했다. 문화재청은 역사문화권정비위원회를 꾸려 역사문화권 정비계획, 시행계획 승인, 사업시행자 지정 등의 사항을 협의할 예정이다.

제주에서는 2008년 ‘탐라문화권 발전 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매년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인 탐라문화제가 열리고 제주시 동문 로터리에 탐라광장을 조성하는 등 탐라를 기반으로 한 사업과 명칭 부여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탐라의 실체에 대한 연구나 지원은 미흡하다. 국립제주박물관이 2018년 마련한 기획특별전인 ‘탐라’가 고대 탐라를 조명하는 첫 전시일 정도다. 전시 후 국립제주박물관 측은 ‘섬나라 탐라국’실을 따로 마련하고 탐라 관련 역사서, 탐라인의 생활도구, 지배층의 위세품, 교역물품 등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문헌상으로 ‘탐라’가 처음 등장한 것은 삼국사기 백제본기 기록에서다. 여기에 ‘문주왕 2년(476년) 탐라국에서 공물을 바치자 왕이 기뻐해 사자에게 은솔의 관직을 주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후 일본서기에 ‘계체기 2년(508년) 탐라인이 처음으로 백제와 통교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문무왕 2년(662년) 탐라국주 도동음율이 신라에 투항하여 속국이 됐다’고 기록돼 있다. 학계에서는 탐라를 3∼5세기 영산강 유역의 마한, 변한, 남부 가야 등과 활발하게 교류한 해상왕국으로 보고 있다. 탐라의 존재는 확실하지만 궁궐, 왕의 무덤, 통일된 도량형 등 고대국가를 입증할 만한 유적이나 유물이 발굴된 적은 없다.

김경주 제주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은 “탐라의 유물 유적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제주시 용담동 외도동, 구좌읍 종달리를 꼽을 수 있다”며 “탐라의 실체를 밝히고 정체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발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탐라국#제주 역사문화권#용담#외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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