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클럽 폭행살인’ 20대들, 범행후 택시타고 웃으며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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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21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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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광진구의 한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남성을 집단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3명은 범행 후에도 택시를 타고 웃으며 귀가하고, 일상적인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핀사 박상구) 심리로 21일 열린 피고인 김모씨(21)와 오모씨(21), 이모씨(21)의 공판기일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담긴 택시 블랙박스 등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신문이 이뤄졌다.

김씨 등은 지난 1월1일 오전 3시쯤 클럽에서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로 피해자 A씨를 인근 상가 1층에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친구 사이인 이들 3명은 모두 태권도 유단자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던 피고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에 따르면 김씨와 이씨는 범행 이후 택시를 타고 귀갓길에 올랐다. 택시 내부가 찍힌 블랙박스 영상에는 김씨와 이씨가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 김씨가 주먹질 시늉을 하는 모습이 기록됐다.

김씨와 이씨는 주먹질 시늉을 하던 상황에 대해 당시 폭행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니킥’을 하는 시늉도 같이 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두 사람은 이후 경찰의 전화를 받은 택시기사의 질문에도 태연하게 대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범행 이후 택시를 타고 현장을 벗어나는 것을 목격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인데, 두 사람은 마치 자신들과 관련된 사건이 아닌 것처럼 덤덤하게 택시기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택시기사가 “누가 사람을 패고 내 차를 타고 갔는데 맞은 사람이 생명이 위독하다는 식으로 얘기한다”고 말을 하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어떻게 알았다고 하냐” “싸움은 서울에서 많이 일어난다”고 대답하는 부분이 찍혔다.

이어 택시기사가 신고 내용에 대해 말을 계속하는데도 이들은 “좌회전해야 한다”고 행선지 방향을 알렸다. 또 택시기사가 “두 사람은 싸운 게 없지 않느냐”고 묻자 “우리는 싸웠으면 싸웠다고 말을 한다”고 대답했고, 폭행 피해자가 생명이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도 태연하게 택시비를 계산한 뒤 목적지에서 내렸다.

이씨는 범행 후 1시간이 넘게 흐른 오전 4시42분쯤 오씨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자라, 오늘 너무 고마웠다, 나머지는 내일 이야기하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오씨는 “한 해를 같이 마무리해서 고맙다는 뜻”이었다며 “큰 다툼이 있었으니 걱정하고 있었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피고인 진술을 종합하면, 숨진 피해자 A씨와 클럽에서 가장 먼저 시비가 붙은 것은 이씨였다. 이후 세 사람이 함께 A씨와 클럽 근처 상가 1층으로 향했고, A씨는 집단으로 폭행당해 결국 뇌출혈 증세로 사망했다.

시비가 붙은 것은 이씨였지만, 폭행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김씨와 오씨였다. 김씨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A씨의 얼굴을 조준해 발로 찼다고 했고, 나머지 피고인 두 명의 진술도 이와 일치했다. 김씨는 “무의식적으로” 발차기를 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태권도 유단자인 피고인들에게 ‘보호장구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 등 부위를 가격당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랐느냐’고 질타했다.

이들 3명은 범행 이후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담배를 피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출석한 이들은 비교적 덤덤하게 대답을 이어나갔지만 중간에 눈물을 보이거나 고개를 떨구는 피고인도 있었다.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숨을 거둘 줄 몰랐으며, 상황이 그토록 심각한지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다음달 26일로 잡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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