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안인득 참사’ 1년…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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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7일 새벽 안인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렀던 아파트. 사건 당일 오전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지난해 4월 17일 새벽 안인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렀던 아파트. 사건 당일 오전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 하잖아요. 다들 잘 지내고 있습니다.”

1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진주대로 가좌3주공아파트. 60대 경비원이 “보다시피 우리 단지는 평화롭다”고 말했다. 1년 전 4월 17일 오전 4시 반경, 봄날 새벽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조현병 환자 안인득(43)의 방화 살인으로 5명이 숨지고 17명이 크게 다쳤다. 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자도 상당수다.

그 사건은 우리 사회에 준 충격도 엄청났지만 정신질환자 관리의 허술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경찰-보건, 행정-보건의 연계가 미흡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 인력 부족도 지적됐다. 경찰 대응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안인득이 이웃 주민을 상대로 여러 차례 폭언, 폭행을 저질러 출동했지만 폐쇄회로(CC)TV 설치를 권고하거나 경고만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신변보호 요청도 예사로 여겼다.

이 사건 이후 진주시와 진주경찰서, 진주소방서는 ‘고위험 정신질환자 대응·관리 공조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분기별 회의도 열었다. 진주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질환관리자 전담인력을 9명에서 18명으로 늘렸다. 정혜영 정신건강증진팀 주무관은 “정신질환자 행정입원은 2018년 전무했으나 지난해엔 87건 의뢰에 48명이 입원했다. 응급입원 역시 2018년 110여 건에서 지난해엔 203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정완 진주경찰서장은 16일 “반복 또는 위험성이 높은 신고에 대해서는 파출소장(매일), 생활안전과장(주 1회), 서장(월 1회) 주관으로 점검회의를 연다. 7월부터는 ‘응급개입팀’도 가동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7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안인득은 항소심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1일 부산고법 창원원외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김진석) 심리로 열린 항소심 두 번째 재판에서도 안인득은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불이익을 거듭 주장했다. 장기간 주변으로부터 멸시당했고, 대기업에 다니며 노동 착취를 당했다는 취지였다. 1심 당시 국선변호인은 “고의성은 있지만 계획범죄가 아니고 정신분열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고려해야 한다. 피해망상도 심하다”고 주장했다.

안인득은 항소이유서에서 ‘범행 당일 시비와 다툼이 있었다’ ‘칼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다 투항했다’ ‘창원의 대기업 근무 당시 노동착취를 당했다’고 적었다. 재판부는 “여러 가지가 혼재돼 있어 정리가 필요하다. 이들 주장과 항소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요약해서 법률적으로 정리해 달라”고 안인득과 변호인에게 요구했다. 다음 재판은 22일 오전 10시 20분 열린다.

2015년부터 안인득이 혼자 살았던 아파트에도 새로 주민이 입주했다. 사건 당일 관리사무소에서 근무를 하다 주민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안인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었던 ‘의인’ 정연섭 씨(31)는 지난해 9월 퇴직했다가 올 2월 주택관리공단에 취업했다. 현재는 밀양의 한 아파트에 살며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깨끗하게 정돈된 가좌3주공아파트 단지 벤치에선 어르신들이 햇볕을 쬐며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관리사무소 앞 화단의 바람개비도 힘차게 돌았다. 박모 씨(66)는 “작년 사건 이후 사랑회 모임 등 주민 단체에서 자체 순찰도 한다. 이웃 간의 정도 남달라졌다”고 전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안인득 참사#부상자 후유증#응급개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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