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채밀 과정’ 스마트폰 하나로 OK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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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이 농업의 대안이다
〈1〉ICT 접목한 양봉업

양봉 자동화 농기계 제조업체인 대성이 만든 ‘채밀 기능성 벌통’의 테스트를 맡은 전북 진안의 한 양봉농가 농민이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제공
양봉 자동화 농기계 제조업체인 대성이 만든 ‘채밀 기능성 벌통’의 테스트를 맡은 전북 진안의 한 양봉농가 농민이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제공
사람은 없고 그나마 있는 사람은 나이가 많은 게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생명산업으로 불리는 농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기술을 개발해도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면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2015년부터 ‘스마트팜 현장 실증 테스트베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의 기술을 농업 현장에 접목시켜 문제점을 보완하고 상용화를 돕고 있다. 재단은 지난해까지 35건의 기술을 농업 현장에서 테스트 완료하고 이를 바탕으로 28개 기업이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ICT 농업의 실증 사례를 4회에 걸쳐 싣는다.

전북 진안에 사는 김완식 씨(33)는 2018년 양봉업에 뛰어들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양봉 일을 하는 아버지를 틈틈이 돕다 ‘양봉에 ICT를 접목하면 미래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직접 도전하게 됐다. 대학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했던 것도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이 됐다. 꿈은 야무졌지만 시작부터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벌을 키우고 벌통에 모아진 꿀을 채집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꽃이 피는 계절이면 하루 종일 농장에 머물러야 했다. 특히 벌통에 가득 들어 있는 벌을 떼어낸 뒤 벌집을 옮겨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꿀을 걸러내는 이른바 채밀 과정이 무척 어려웠다.

김 씨는 “개화기 때 1∼3일에 한 번 꿀을 따는데 벌통 하나당 20분 정도 걸린다. 벌통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일손도 그만큼 필요해 농가들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양봉자동화농기계 제조업체인 대성이 만든 ‘채밀 기능성 벌통’을 6개월 동안 테스트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기능성 벌통은 양봉업에 ICT를 활용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양봉 농민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꿀이 2kg 이상 벌통에 모이면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리고 실행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꿀이 모아진다. 벌통 내외부 온도와 습도를 확인할 수 있고 벌을 키우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자동으로 공급할 수 있다. 꿀벌을 죽이는 말벌을 퇴치하는 장치도 탑재돼 있다.

김 씨는 “꿀이 얼마나 모였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벌을 쫓고 벌집을 꺼내 원심분리기를 돌려야 했던 과정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경숙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스마트팜사업팀장은 “기능성 벌통처럼 ICT를 활용해 농업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발굴하고 이를 실증해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농업#정보통신기술#스마트팜#양봉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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