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서 ‘헌법’ 5번 말한 윤석열…‘공수처 위헌’ 해석돼 미묘한 파장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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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2019.12.31/뉴스1 © News1
윤석열 검찰총장. 2019.12.31/뉴스1 © News1
윤석열 검찰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국회 통과 다음날 ‘헌법정신’을 강조하는 신년사를 내놓으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공수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인한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31일 대검찰청이 배포한 윤 총장 신년사엔 형사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발언과 함께 “검찰총장으로 저는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구절을 포함해 ‘헌법’이 총 5차례 언급된다.

‘헌법주의자’를 자처해온 윤 총장이 원칙적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지만, 야당과 법조계 일각에서 공수처의 위헌성을 문제 삼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전날(30일)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헌법이 아닌 하위법률에 근거를 두는 공수처의 장이 검찰총장 위에서 사건을 지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정부조직법상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이고, 수사대상인 ‘고위직과 그 가족’이 헌법이 규정한 수사기관이 아닌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아야 하는 건 부당한 차별로 헌법상 평등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의 위헌성 여부를 놓고 여야 공방이 일기도 했다.

판사 출신의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독립기구 (설치)는 감사원처럼 헌법적 근거가 필요하고, 헌법에 영장청구권은 검찰청법상 검사에게만 부여돼 공수처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12조는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에 공수처 검사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에 “공수처에 가는 검사가 대한민국 검사지, 만주 검사냐”며 “공수처 검사가 헌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건 지극히 헌법적”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직접적으로 위헌성을 지적한 바는 없지만, 통과된 법안에 신설된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조항(24조2항)을 ‘독소조항’으로 지목하며 “공수처는 검경의 고위공직자 수사 상급기관이 아님에도 수사착수 단계부터 내용을 통보받는 건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고 밝혔었다.

다만 추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헌법위배 문제는 아니다. 민주주의 원리상 권한은 나눌수록 발전한다”고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해 준비작업에서 실무분야 갈등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청문회 정회를 이용해 본회의장에 출석한 추 후보자는 전날 공수처법 표결에도 참여했다.

여야는 검경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새해 1월3일께 임시국회를 재소집해 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2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추후 손질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윤 총장은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에 관해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 정권을 겨눈 수사와 관련해 정당성을 역설한 것으로 읽힌다. 윤 총장은 헌법정신을 언급하며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검찰)여러분을 응원하고,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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