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도 CCTV도 없는 방화…직접증거 없이 ‘유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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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3일 1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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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불을 붙이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도, 장면을 목격한 사람도 없었지만 여러 정황이 피고인이 범인임을 가리켰고, ‘제3자가 방화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송모씨(51)는 2018년 4월19일 오후 경기 이천에 있는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각각 불을 붙인 혐의(현존건조물방화)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송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송씨는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하며 1·2심 판결에 각각 상소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어떤 남자가 불을 지른 후 도주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 신원 확인이 어려운 사람이 공사현장에 들어갔다가 몇분 뒤 도망치는 모습이 담긴 주변의 CCTV는 있었지만 송씨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 사실만 인정할뿐 방화 혐의는 완강히 부인했다.

비록 이 사건에 ‘직접증거’는 없고 ‘간접증거’만 있더라도 송씨가 방화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법원은 봤다.

대법 판례에 따르면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송씨는 사건 당일 오후 9시33분쯤 공사현장 후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가 9시40분께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이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 내부에는 조명이 설치돼 있고 구조물은 거의 없어 움직이기에 큰 불편이 없는 상황이었다. 공사현장 후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 구조를 파악하고 불을 내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을 뒷받침한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 각각의 발화지점에는 건축자재가 쌓여 있었는데 송씨가 소지하던 휴대용 라이터로 불을 붙이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제3자가 건물에 들어가 방화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

공사현장 주변에는 4~5m 높이의 철제펜스가 처져 있어 정문이나 후문, 자재반입용 출입문을 통하지 않고는 출입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자재반입용 출입문은 사건 발생 시간대에 잠겨 있었고 화재 발생 시점을 전후에 정문으로 출입한 사람은 없었다. 후문으로 출입한 사람은 송씨뿐이었다.

송씨는 화재 뒤에도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그는 오후 9시40분쯤 건물 밖으로 나온 뒤 약 5분간 여러 차례 라이터를 껐다켰다 하며 공사현장 주변에 머물렀고, 차량 뒤에 숨어 현장을 주시했다.

오후 9시47분쯤에는 쉽게 연소되는 일회용 돗자리를 주워 나무 재질의 팔레트가 쌓인 곳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은 송씨가 건물에 1차 방화를 시도한 뒤 주변에 머물면서 그 결과를 확인하려 하고, 1차 방화가 실패한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2차 방화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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