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모 살해하고 자연사 주장한 50대 아들 징역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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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30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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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법원종합청사 현판.© News1
부산법원종합청사 현판.© News1
2018년 9월11일 오전 9시50분쯤 부산 강서구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A씨(79·여)의 시신이 발견됐다.

침대에 뉘어져 이불을 뒤집어 쓴 상태로 발견된 A씨의 사체는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었다. 당시 거실에는 아들인 B씨(56)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B씨의 휴대전화에는 “어머님은 편안히 돌아가셨다. 나도 따라가 효도하겠다”는 유언이 녹음돼 있었다.

하지만 해당사건을 수사하면서 B씨의 수상한 행동들이 발견됐다.

먼저 B씨의 증언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점이었다. B씨는 점심을 준비하고 A씨를 깨우려고 했는데 돌아가신 것을 보고 허탈감에 자살을 결심, 제초제를 먹고 의식을 잃었다고 최초 진술했다.

하지만 B씨의 유언이 녹음된 시점은 B씨가 주장한 점심 시간(낮 12시)보다 훨씬 이른 오전이였다. 이후 B씨는 점심식사에서 아침식사로 진술을 번복했다.

또 숨진 A씨의 양 쪽 엄지 손톱에서 B씨의 DNA가 발견됐고, B씨의 귀와 가슴 부위에는 손톱에 긁혀 생긴 상처가 발견되기도 했다.

더불어 엘리베이터에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A씨의 혈흔이 묻은 수건을 가지고 지하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차로 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특히 A씨를 부검한 결과, 몸 전체에 걸쳐 피하출혈이 발생한 점 등을 근거로 수사기관은 B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역시 동일한 혐의로 B씨를 기소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평소 모친의 과격한 언행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B씨가 2018년 9월6일 가족에게 제기한 민사 소송을 포기하자는 자신의 권유를 모친이 거부한 것에 격분, A씨의 얼굴과 가슴을 손 또는 불상의 도구로 수차례 때리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B씨는 재판과정에서도 “어머니를 살해하지 않았고 아침에 깨어나 보니 숨져 있었다. 또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더이상 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죽고 싶어 제초제를 먹었다. 그 이후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B씨의 변호인 역시 “숨진 A씨는 3차례의 심장 수술을 받는 등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고, 평소 침대에서 떨어지는 등 자주 넘어지곤 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A씨의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자연사이고 전신에 든 멍은 혈소판 감소로 생긴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선 부검의는 “혈소판 감소로 인해 쉽게 멍이 생기려면 혈소판의 수가 백혈병 환자 수준으로 굉장히 적어야 한다”며 “사체가 심각하게 부패돼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지만, 목 부위의 피하출혈 등은 경부(목)를 압박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 쪽 전체에 나타나 있는 피하출혈과 근육내출혈 역시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고는 발생할 수 없다”며 “이러한 멍들이 일상생활 도중 생겼다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검사 측은 “A씨의 손톱 아래서 발견된 DNA와 B씨의 귀에 생긴 상처는 B씨가 A씨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사건을 지켜본 배심원들 역시 만장일치로 B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3년의 양형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부검의의 소견,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서 사건 전 A씨의 몸에 멍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볼 때 존속살해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한편 A씨는 재산문제로 또 다른 아들 C씨와 민사소송을 진행했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부산·경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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