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열수송관 203곳 이상 징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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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公, 20년이상 관 카메라 점검
서울 마포 등 도심 78곳, 분당 49곳… 누수 의심 16곳은 즉시 굴착 조사
백석역 사고와 같은 공법 433곳… 내년 3월까지 점검 보수하기로

이달 4일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를 계기로 실시한 긴급점검에서 이상 징후가 있는 지점이 서울 강남, 경기 성남시 분당, 대구 등 203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수송관에 이상 징후가 있다고 당장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생활 곳곳에 사고 위험이 잠재돼 있는 셈이다.

실제 11일 서울 목동과 12일 경기 안산에서 잇달아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발생하는 등 전국 지역난방시설 관리 체계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열수송관 사고로 고인과 유가족, 국민께 고통과 걱정을 끼쳤다”고 사과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지역난방공사는 이달 5∼12일 시공한 지 20년 이상 된 686km 길이의 열수송관에 대해 열화상 카메라로 점검했다. 그 결과 인접 땅과 온도가 달라 누수가 의심되는 지점 203곳을 발견했다.

가장 많은 이상 징후가 포착된 지역은 서울 마포와 여의도 등 도심으로 78곳에 이르렀다. 이어 분당(49곳), 고양(24곳), 강남(18곳) 등의 차례였다.

황 사장은 “지열의 차이가 큰 16개 지점은 바로 굴착해 직접 점검을 하고 있고, 나머지 지점은 청음과 레이더를 이용한 정밀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석역 사고는 열수송관에 보일러를 설치하기 위한 덮개 부분이 오래돼 파열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지역난방공사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사고 지점과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433개 지점의 땅을 모두 파내 점검하고 필요하면 보수하기로 했다. 점검 및 보수 시한은 내년 3월이다. 공사 측은 “해당 공법은 2002년 이전까지만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난방공사는 내년 1월까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미 올해 9월 감사원에서 위험 등급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황 사장은 “감사 뒤 11월에 등급 기준을 수정했지만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다”며 등급 분류 및 유지 관리 기준 등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또 열수송관 안전관리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현재 외부에 맡기고 있는 안전관리 업무를 공사가 직접 관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지역난방공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11일 목동에서 사고가 난 열수송관은 서울에너지공사 관할로 점검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 사업자를 포함한 모든 지역난방 사업자가 관할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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