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차에 뛰어든 택배기사 “애들이 ‘아빠 최고’라며 안아줄 때 제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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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3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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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활활 타오르는 승용차를 목격하고 차량 안 운전자를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뛰어든 택배 기사 유동운 씨(35)에게 칭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는 “같은 일이 발생해도 똑같이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조금 넘게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유 씨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유 씨는 “택배 배달을 마치고 터미널로 복귀하던 중 도로 옆 논으로 추락해 불에 타고 있는 차를 목격했다”면서 “당시 화염에 뒤덮인 차량 안의 운전자가 클랙슨을 누르고 있었다.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119구조대에 신고하면서 그곳으로 뛰어 내려갔다”라고 다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두려움을 느낄 겨를 없이 사람을 먼저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는 그는 “가자마자 운전자에게 괜찮냐고 물어보고 혼자인지 아니면 다른 누가 또 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혼자라고 하셔서 바로 끌고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불에 탄 사고 차량은 뼈대만 남았다. 다행히 폭발하지는 않았다.

유 씨는 “119구조대에 즉시 신고해도 거리가 상당히 멀어 빨라도 15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내가 빨리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완전히 타버린 차량을 보면서 ‘빨리 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또 그렇게 할 것이다”라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분이었더라도 뛰어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북 고창소방서는 지난 21일 용감한 행동을 한 유 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세 명의 자녀를 둔 그는 “처음에는 아내가 내 행동을 듣고 ‘잘못했으면 아빠 없는 아이를 만들뻔 했다’며 화를 냈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정말 대단하다고 고생했다고 하더라”면서 “표창을 받을 때 아이들이 ‘아빠 최고’하면서 끌어안아줬다. 제일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유 씨는 슬하에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 2학년인 둘째 그리고 세 살배기 막내가 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배달을 마치고 터미널로 복귀하기 위해 고창군 상하면에 있는 한 교차로를 지나고 있던 유 씨가 해당 도로 옆 논으로 굴러 떨어져 불타고 있는 승용차를 우연히 목격하고 화염에 싸인 차량 안 운전자 김모 씨(36)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해당 승용차가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유 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김 씨를 무사히 구해냈다. 당시 비가 내리고 있어 유 씨는 운전자 김 씨의 체온이 떨어질까 걱정하며 자신의 근무복을 덮어줬고, 김 씨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건넸다. 그는 119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김 씨 곁을 지켰다. 운전자 김 씨는 얼굴과 허벅지를 다쳤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 같은 사연은 지난 20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자초지종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오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한편, 사고 차량(BMW 520D)은 차량 결함이 아니라 빗길 주행 중 커브 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옆 논으로 굴러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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