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줄의 현으로… “해금으로 재능기부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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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대전국악원 수강생들 해금의 매력에 빠져 동호회 결성
18일 창단연주회 열고 대중화 나서

18일 창단 연주회를 앞두고 맹연습 중인 해금앙상블 ‘뜨락’의 단원들. 연령과 직종은 다양하지만 해금에 대한 열정만큼은 한결같다고 단원들은 말했다. 뜨락 제공
18일 창단 연주회를 앞두고 맹연습 중인 해금앙상블 ‘뜨락’의 단원들. 연령과 직종은 다양하지만 해금에 대한 열정만큼은 한결같다고 단원들은 말했다. 뜨락 제공
‘나는 해금 악사가 소리를 손바닥으로 반죽해 내듯이, 내 문장을 주물러 낼 수가 없다. 그래서 그 힘이 모두 빠진 날 나는 해금 연주를 듣는다….’

해금에 대한 글을 유난히 많이 쓴 작가 김훈은 에세이 ‘바다의 기별’에서 이 악기를 이처럼 칭찬했다. 대전에서 국악기 가운데 처음으로 해금의 동호인들이 본격 연주단을 만들어 18일 창단 연주회를 갖는다. 해금앙상블 ‘뜨락’의 시작은 2006년 일반인 대상의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해금 기초반이었다. 국악원 단원인 해금연주가 이혜영 씨의 지도를 받던 수강생들이 하나둘 모임을 이뤄 해금 동아리가 됐다. 단원 21명의 연령은 30대에서 60대까지, 직업은 과학자, 전현직 초중고 교사, 전업 주부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해금의 매력에 푹 빠져 수업이 없는 날에도 짬짬이 모였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개인적으로 또는 삼삼오오 모여 추가로 레슨을 받아 기량을 향상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뜨락 구성원들의 해금에 대한 열정은 커졌다. 임석희 회장(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에게 권태란 없었다. 손을 다쳐 해금을 잡기 어려울 정도가 아니면 누구도 수업에 빠지거나 연습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주 기량이 높아지고 입소문이 나자 각종 모임에서 찾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KAIST 한국인의 밤에서 다문화 가정 및 외국인을 위한 공연, 둔산도서관 음악회 찬조 출연 등 8차례의 재능기부 활동을 벌였다. 해금 연주를 통한 체계적인 봉사활동, 국악 및 양악과의 다양한 협연 등을 위해 9월 비영리단체 등록을 마쳤다.

해금은 단 두 줄의 명주실이 교감해 깊은 감성을 자극하는 전통 현악기이다. 김훈은 ‘사실, 해금의 생김새는 볼품없다. 그러나 그 음역과 표현력은 놀랍다’고 표현했다. 휴대가 간편하고 관악기와 달리 나이가 들어도 연주에 무리가 없어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씨는 “뜨락의 자선 공연이나 문화소외 지역 연주가 국악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오후 4시 대전 서구 만년동 아트브릿지에서 열리는 창단 연주회는 단원 전원이 참여하는 정악 ‘송구여지곡’으로 시작한다. 피아노 및 전자기타와의 협연인 ‘너를 처음 본 그해 봄날’과 ‘토지’에 이어 고요함의 극치를 표현한 ‘적념’으로 끝을 맺는다. 해금 연주 이외에 오카리나 연주와 소프라노-테너 이중창 등의 음악을 준비했다. 충남 공주에서 ‘시꽃시낭송연구소’를 운영하는 국내 시낭송 명인 1호 이상희 씨가 축시를 낭송한다.

임 회장은 “뜨락을 통해 해금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싶다. 재능기부 요청이 있으면 사정이 허락하는 한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해금#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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