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개관 두 달… 시민불편 눈감은 울산시립도서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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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로 개관 두 달을 맞은 울산시립도서관의 23일 정문 주변 모습. 도서관으로 진입하려는 차량과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큰 혼잡을 빚었다. 도서관이 도심 외곽에 위치한 데다 주차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26일로 개관 두 달을 맞은 울산시립도서관의 23일 정문 주변 모습. 도서관으로 진입하려는 차량과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큰 혼잡을 빚었다. 도서관이 도심 외곽에 위치한 데다 주차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결국 우려한 대로였다. 26일로 개관 두 달을 맞은 울산시립도서관 이야기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심 외곽, 공해가 심한 공단 인접지, 30여 년간 분뇨를 처리해 온 혐오시설이 있던 곳….’ 울산시립도서관 위치 선정 당시 대다수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점이었다. 본보는 제6회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2014년 6월 11일자 ‘당선인에게 바란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울산시립도서관 건립 예정지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주말인 23일 오후 2시경 울산시립도서관 입구. 여천천변 도로는 도서관에 오기 위해 불법 주차한 차량들이 엉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도서관으로 통하는 교량인 ‘도서관교’에서는 진입 차량이 길게 줄을 서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175대 수용 능력인 주차장이 꽉 차 차량 한 대가 빠져나와야만 한 대가 들어갈 수 있었다. 도서관교에서 도서관 입구까지 50m를 가는 데 30여 분이나 걸렸다. 도서관 직원은 “주말과 휴일에는 2000대 안팎의 차량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주차장 수용 능력보다 10배 이상 많은 차량이 몰려드는 셈이다. 도서관 건립 당시부터 ‘주차장 지하화’ 목소리가 높았지만 공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무시됐다.

대중교통편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도서관행 대중교통은 20분 간격의 마을버스 2대가 유일하다. 도서관에서 300여 m 떨어진 현대문화아파트 앞 정류장에 4개 노선의 시내버스가 정차하지만 배차 간격이 30분 안팎이다. 셔틀버스는 버스회사와 협의가 안 돼 무산됐다.

도서관과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직선거리가 200여 m에 불과해 악취 공해도 심하다. 울산에서는 21일 낮 12시 11분경 가스 냄새로 추정되는 악취 피해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되는 등 올 들어서만 250여 건의 악취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울산 악취 조사’ 국민청원이 이달 9일부터 시작됐을 정도다.

식당 등 편의시설에 대한 불편과 불만도 많다. 2층 식당의 메뉴 대부분은 5000∼5500원으로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비싼 편이다.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조차 없다. 커피도 4000원 안팎이지만, 커피 자판기는 한 대도 없다. 도서관 측은 “식당과 커피숍을 모두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민간에 운영권을 넘겨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시립도서관을 분뇨처리장 터에 짓기로 해 논란이 한창일 때인 2013년 1월 울산시의 고위 간부는 기자 간담회에서 “혐오시설 부지에 교육문화시설을 건립함으로써 친환경, 문화도시로 변모하는 울산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이날 둘러본 시립도서관은 ‘친환경, 문화도시로 변모한 울산의 상징’으로 보기 어려웠다.

651억 원을 들여 지은 시립도서관을 이제 와서 옮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루빨리 문제점을 고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울산시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두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는 김모 씨(38) 부부는 “주차요금이 신경 쓰이고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공간이 마땅찮아 금방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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