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마무리…17명 검찰수사 의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8일 2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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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표적인 ‘교육 적폐’로 규정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진상조사를 8일 마무리했다. 교육부는 이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청와대, 교육부 공무원과 민간인 등 1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6명은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청와대와 상급자 지시를 이행한 실무자까지 처벌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한 대상은 총 17명. 이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직권 남용, 업무상 배임, 강요 등 혐의가 있다고 봤다.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청와대 인사와 교육부에서 파견된 김관복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비서관을 비롯한 교육부 실무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교육부에 수사 의뢰해달라고 권고한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서남수 황우여 전 장관 등 8명은 수사 의뢰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지를 거듭 밝힌 박 전 대통령 등이 빠져 있어 진상 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어 현직 교육부 공무원이 아닌 외부 인사는 제대로 조사하지 못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다.

또 교육부는 교육부(5명)와 소속기관 공무원(1명) 등 총 6명을 인사혁신처에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고위 공직자 2명은 중징계를, 과장 팀장급 이하 직원 4명은 경징계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곤 부총리는 “상급자 지시에 따른 중·하위직 실무자의 처벌은 최소화하되 고위 공직자에게는 엄중히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무원 사이에서는 과도한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와 상급자 지시를 따른 실무자까지 징계를 받게 됐을 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 의뢰 대상에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 교육부 공무원은 “청와대 지시를 이행했다고 처벌을 요구하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일을 하겠냐”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위법 행위를 인지하고 있던 실무자까지 책임을 면해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진상조사 백서를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토론 수업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역사 교육과정도 바꾼다.

한편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실무를 맡았던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은 사과문을 통해 “역사 전문기관으로서의 사명과 정체성을 망각하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함으로써 잘못된 정책 추진의 공범자가 됐다”며 “국민에게 실망을 드리고 학계와 신뢰관계를 무너뜨린 점을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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