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첫걸음… 지역사회 지지-정부 지원에 성공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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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그린산단 ’광주형 일자리’ 주목

광주 광산구에 부지를 조성 중인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전경. 광주시는 올해 안으로 공장 건설에 착공해 2020∼2021년 차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 광산구에 부지를 조성 중인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전경. 광주시는 올해 안으로 공장 건설에 착공해 2020∼2021년 차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 청년 고용률(36.9%)은 전국 평균보다 5.6% 낮다. 전국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광주를 떠난 주민 8000명 가운데 3분의 2는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진 청년이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지역사회는 노력 끝에 노사상생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었다.

각계가 참여해 광주형 일자리를 처음 적용할 자동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도 주주로 함께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일자리 창출과 한국 제조업 혁신을 이끌 것으로 지역에서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인 만큼 광주형 일자리 성공에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광주형 일자리 첫 적용, 빛그린 산단

3일 광주 광산구 삼도동 왕복 4차로 도로변에 빛그린산업단지라는 큰 푯말이 보였다. 그 옆에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 광주자동차밸리전용산단이란 푯말도 설치됐다. 푯말이 있는 곳은 삼도동과 전남 함평군 월야면 경계로 빛그린산단 초입이다.

빛그린산단(407만 m²)은 광주형 일자리가 처음 적용된다. 광주시와 지역주민·기업, 공공기관이 설립하고 현대차가 투자하는 완성차 공장은 빛그린산단에 들어선다. 공장이 들어서는 곳은 푯말 뒤 1km 지점으로 빛그린산단 1공구(264만 m²)다.

광주시와 현대차 기술진 10여 명은 4일 공장 부지를 둘러본다. 부지는 66만 m² 정도로 직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다. 공장은 전기·내연기관 신규 차종 10만 대를 생산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빛그린산단은 자동차전용단지로서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빛그린산단에는 3030억 원이 투입돼 기술지원센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 친환경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입주한 기업들은 기술 개발, 장비 구축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빛그린산단은 지리적 접근성도 좋다. 광주시청에서 20여 km 떨어진 빛그린산단은 광주와 영광을 잇는 국도 22호선 옆에 있다. 고속철도가 통과하는 광주송정역과 광주공항이 10여 km 거리다. 수출 차량을 선적할 전남 목포신항도 가깝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빛그린사업단 관계자는 “빛그린산단 분양가는 3.3m²당 70여만 원으로 광주지역 공단에 비해 25%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올해 말 이전에 공장 건설에 착공해 2020∼2021년 차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공장이 가동되면 청년 1000여 명이 고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부품업체 등에서도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빛그린산단에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금호타이어 등 관련 기업들이 벌써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새로운 도전, 지역사회 지지 필요

윤장현 광주시장은 “현대차 부사장이 1일 시청을 방문해 광주시 등이 만드는 자동차 공장에 투자하겠다는 의향서를 냈다”고 밝혔다. 자동차 공장을 짓는 데 8000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광주시와 현대차가 절반 정도씩 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는 1965년부터 차량을 만들기 시작해 현재 연간 62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한국 제2의 자동차 도시로 성장했다. 자동차 산업은 광주지역 제조업의 42%를 차지한다. 지역사회는 자동차 산업 육성이 절실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투자를 망설이자 지역사회는 4년간 논의 끝에 적정 임금과 근로시간, 원·하청 관계 개선, 노사 책임경영을 하는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었다. 광주시가 2015년 의뢰한 용역조사에서 적정 임금은 4000만 원, 적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현대차 근로자 임금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어려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하향 평준화한다. 현대차가 광주에 투자를 강행한다면 임금 투쟁과 연계해 총력 반대하겠다”고 압박했다. 기아차노조 광주지회는 “일자리가 없는 광주에 공장을 짓는 것은 찬성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보다 연봉이 적은 광주형 일자리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광주시가 자동차 공장에 대주주로 참여하는데 적자가 나면 재정을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광주시는 빛그린산단 근로자들에게 주거, 교육, 의료 등에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빛그린산단 근로자의 복지 향상에는 상당 부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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