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초등학교 “인질범, ‘졸업생’ 가장해 침입…학생에 ‘미안하다’며 대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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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2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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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방배초등학교(동아일보)
사진=방배초등학교(동아일보)
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방배초등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인 20대 남성 A 씨는 ‘졸업생’으로 가장해 학교에 침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방배초등학교 신모 교장은 이날 오후 학교 앞 브리핑에서 취재진에게 “인질극을 벌인 A 씨는 자신을 졸업생이라고 속이고 학교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정문 옆에 있는 경비실 겸 민원실의 학교 보안관에게 자신이 방배초 졸업생이라고 말한 뒤 “졸업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학교 보안관은 A 씨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으며, 이에 A 씨는 신원조회 없이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신 교장은 “A 씨에 대한 기록이 방문대장에 적혀있지 않다. (신분증을 받은 기록이 없어) 난감하다”며 “평소에는 (신분증 확인 절차 등이) 다 적혀 있는데 공교롭게 이번에만 이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매뉴얼에 따라 외부인의 신분 확인을 했어야 할 보안관이 이를 생략했다는 것.

이에 대해 보안관 역시 자신의 실수임을 인정했다. 보안관은 A 씨가 자신을 이 학교 졸업생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에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로 들어온 A 씨는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학급물품을 가지러 온 4학년 학생 6명 중 여학생 B 양(10)을 인질로 붙잡고 흉기를 들이대며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인질극을 벌이며 “기자를 불러달라”라고 요구했다.

방배초등학교 설모 교감은 “우선 제가 먼저 A 씨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무조건 ‘기자를 불러달라’는 요구만 했다”라며 “그러다가 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대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기자를 불러달라고만 요청해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느꼈고, 신고와 함께 3~4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동시에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지속적으로 A 씨를 설득했다”며 “학생들에게 ‘교실 문을 잠그고 나가지 말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오후 11시 50분쯤 학교에 출동했다. 경찰은 약 1시간 동안 A 씨와 대치한 끝에 12시 40분쯤 A 씨를 제압·검거하는데 성공했으며, B 양을 무사히 구출했다.

학교 측은 B 양과 목격자 5명을 비롯한 전교생을 상대로 심리치료를 진행할 계획이다. 신 교장은 “학교 출입을 내일부터 강화하고 후문을 폐쇄, 정문만 개방할 예정”이라며 “당분간 일과중 아무도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보안관실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A 씨는 검거 도중 뇌전증(간질) 증세를 보여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B 양은 다친 곳 없이 구출됐으나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검사를 받았다.

중앙대병원 측은 “(피해 학생이) 다행히 외상이나 호소하는 증상이 없는 상태”라며 “일단은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이 있는지 외래에서 관찰이 필요하다. 저희가 평가했을 때는 지금은 안정적인 상태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A 씨와 B 양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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