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기상청장, 재난안전연구원장에 감사편지 보낸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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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필리핀 민다나오섬 남부에 상륙한 중형 태풍 덴빈(Tembin)은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2011년 비슷한 경로로 필리핀 본토에 상륙한 태풍 와시(Washi)를 기억하는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당시 주택 5만2435동이 파손되고, 민다나오섬에서만 사상자가 1268명이 나왔다. 덴빈은 와시보다 더 크고 빨라서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와시 때 사망자가 674명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적시에 주민들이 대피소로 피신하면서 사상자는 ‘제로(0)’였다.

‘사상자 전무(全無)’의 일등공신은 한국 정부가 공적원조(ODA)를 통해 이 지역에 구축한 돌발홍수 예·경보시스템이었다. 정부는 2013~2015년 ODA 약 13억 원을 들여 민다나오섬 카가얀데오로시 주요 지점에 우량계 4개, 수위계 3개, 경보기 5개를 설치했다.

지난해 12월 덴빈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자 단시간에 폭우가 내릴 때 주민 대피시간을 확보해주는 이 실시간 경보시스템이 작동했다. 우량계와 수위계를 통해 실시간 집계된 데이터가 현지 지형 그래픽과 합쳐져 어느 지역이 위험한지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위기가 감지되자 필리핀 기상청은 카가얀데오로시 주민들에게 경보기로 대피경보를 내렸다.

다른 지역에서는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필리핀 현지 신문이 이 경보시스템을 소개하는 등 현지의 관심이 쏟아졌다.

필리핀 빈센테 말라노 기상청장은 지난달 외교부를 통해 경보시스템을 깔아준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감사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카가얀데오로 강변에 거주하는 주민 수백 명을 홍수로부터 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의 시스템 증여 덕에 필리핀 기상청의 홍수예측 역량도 향상됐다”고 전했다.

한국은 ODA를 받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ODA 방식도 식량 같은 물질 지원에서 과학기술을 활용한 각종 시스템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은 13일 “비슷한 고민을 하던 베트남과 라오스 정부에서도 예측시스템을 설치해줄 수 있는지 요청이 들어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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