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산타클로스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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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단 하루를 위해 22조 원을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가 제법 많은데 썰매를 잘 타고 빨간색 옷을 즐겨 입습니다. 그의 이름은 산타클로스입니다. 270년 소아시아 지방(지금의 터키)에서 출생한 세인트 니콜라스 주교에서 유래한 산타클로스는 자선과 사랑의 상징입니다.

영화 ‘34번가의 기적’에서는 산타의 존재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나오기도 하지만, 산타는 이미 우리 일상 속의 현실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거리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산타가 등장합니다. 그는 아이들의 동심 속에는 희망과 선물을 주는 인자한 할아버지이면서, 백화점과 상점에서는 판촉의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1920년대 코카콜라가 산타와 콜라를 결합시킨 마케팅을 편 이후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산타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선물 하나당 1만 원만 잡아도 어림잡아 22조 원이지만 크리스마스 특수로 여행업계, 음식 숙박업계, 영화관과 백화점 등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성탄절인 12월 25일에는 산타와 선물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도 합니다. 산타는 이미 상품화되고 문화 코드가 되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선물을 고르고, 연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근사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산타는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 속에 하나의 이미지가 됐습니다. 산타가 지구상의 어린이들에게 하룻밤 만에 선물을 나눠주려면 마하 4.2의 속도로 날아다녀야 합니다. 어린이들은 어느 순간 산타의 부존재를 느끼고 부모가 산타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동심에서 벗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산타를 동경합니다. 착한 마음, 사랑과 평화에 대한 갈망 때문이겠지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12월 24일 밤 적막을 깨고 독일군 진영에서 캐럴이 흘러나왔습니다. 영국-프랑스 연합군 참호에서 박수와 함께 앙코르를 외치고 곧 양 진영 병사들은 캐럴을 합창합니다. 이어 독일군 병사들이 장식과 초를 매단 크리스마스트리를 연합군 진영으로 가져오고 양측 병사들은 중간지대에서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 역사상 유례가 없는 크리스마스 휴전에 들어갑니다. 불과 한 달 동안 양측 병력 13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지옥 같은 마른(Marne) 전투 격전지에서 이루어진 ‘크리스마스의 기적’입니다.

1950년 겨울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국군과 미군은 중공의 전쟁 개입으로 인해 동부 전선의 전 병력 철수를 결정합니다. 1950년 12월 12일부터 24일까지 13일간 진행된 철수 작전으로 군인 10만 명과 피란민 10만 명이 적지에서 구출됐고 1만7500대의 군용 차량과 35만 t의 전쟁 물자가 안전하게 후송됐습니다. 한국판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는 흥남철수작전입니다.

크리스마스는 평화와 사랑의 이미지로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는 곳에서는 마음이 포근해지고 캐럴이 울려 퍼지는 곳에서는 사랑이 커집니다. 크리스마스와 산타는 종교를 초월하여 즐기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전쟁과 살육까지 멈추게 하는 크리스마스의 힘, 그리고 사랑과 연민의 산타 정신이 영원히 우리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산타클로스 효과#사랑과 연민#산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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