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붉은불개미’ 국내유입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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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산항서 발견후 박멸 총력
북미 대륙서 한해 100여명 사망… 아직 국내에 확산된 흔적은 없어

“국민 여러분의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해 추석 연휴에 조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10일 동안의 추석 황금연휴 중간인 3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긴급 차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연휴 중간에 6개 부처의 차관급 인사를 급히 모아 회의를 열게 한 것은 북한의 위협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아니라 바로 크기 5mm의 작은 개미떼였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 ‘살인 개미’로 불리는 붉은불개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내에서 붉은불개미가 처음 발견된 것은 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25마리가 나왔다.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에는 1000마리가 서식하는 붉은불개미 집이 감만부두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는 6개 부처가 합동으로 참여하는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며 붉은불개미 박멸에 나섰다.

붉은불개미는 대표적인 악성 침입 외래 곤충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최악의 100대 침입 외래종’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크기는 작지만 워낙 공격적인 성격을 지녀 상륙하는 나라마다 이미 살고 있는 개미들을 몰아내고 우점종이 되곤 한다. 1930년대에 원산지인 남아메리카를 벗어나 미국에 상륙했고, 호주(2001년) 대만(2004년) 중국(2005년) 등 태평양 무역국 항만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 개미는 가축을 물어 눈을 멀게 하는가 하면, 가정집에 침입해 사람을 쏘아 쇼크로 숨지게 하기도 한다. 북아메리카에서는 한 해 평균 100명이 붉은불개미에 쏘여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A&M대는 이 개미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를 매년 60억 달러(약 6조9000억 원)로 추산했을 정도다.

관계기관이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예찰한 결과 아직까지 국내에 붉은불개미가 대량으로 퍼져나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5일 종료된 부산항 감만부두 1차 조사 결과 지난달 29일 이후 추가로 발견된 개미는 없었다.

정부는 7일 경기 의왕과 경남 양산의 내륙 컨테이너기지에 전문가 20명을 투입해 정밀조사에 나섰다. 붉은불개미가 부산항에서 발견되기 전에 이미 컨테이너를 타고 내륙으로 유입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부산항 감만부두를 찾아 “붉은불개미의 국내 전파 여부는 6개월에서 2년 이상 상황을 지켜보며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붉은불개미 피해 예방을 위해 야외 활동을 할 때 긴 옷과 장갑을 착용하고, 곤충기피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만약 개미에 물린 다음에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119로 신고해야 한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부산=조용휘 기자
#붉은불개미#국내유입#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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