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덮기 바쁘고 경찰관은 뒷짐… 울산 중학생 자살로 내몬 학교폭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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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가해학생 9명 소년부 송치
교장은 경찰 매수 시도 혐의 입건

8월 31일자 A12면.
8월 31일자 A12면.
‘울산 중학생 자살 사건’의 원인이 동급생들의 지속적인 괴롭힘 탓인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학교 측의 은폐 가능성까지 제기된 가운데 교장은 경찰 매수를 시도한 혐의(뇌물공여 의사표시)로 입건됐다.

울산지방경찰청은 6월 15일 A중학교 1학년 이모 군(13)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같은 학교 학생 9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12일 울산지법 소년부에 송치했다. 가해학생은 당초 8명으로 알려졌으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1명이 늘었다. 만 10∼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대신 가정법원 송치 후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 3월부터 숨진 이 군이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지나가면서 뒤통수를 때리거나 모자를 잡아당기고 점퍼를 발로 밟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힌 혐의다.

이 군은 4월 한 차례 자살을 시도한 뒤 청소년 정신건강증진센터에 학교폭력 피해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5월 16일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폭력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같은 달 20일 이 군의 아버지는 학교폭력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 군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군의 죽음은 경찰에서 단순 변사로 처리됐다. 7월 이 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이 과정에서 이 군 아버지가 학교폭력을 암시하는 메모를 조작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경찰관 매수를 시도한 혐의로 B 교장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B 교장은 조모 경사(40)를 향해 사건을 무마해 달라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고 “이거면 되겠느냐”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 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이 군 자살의 원인으로 드러나자 학교와 경찰, 지역사회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후 울산경찰청에서 열린 학교폭력 및 청소년 자살 예방 정책포럼에서 김영준 여성청소년수사계장은 “이번 사건은 학폭위와 경찰, 교육청, 전문 상담기관 등 모든 관련 기관의 처리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경찰과 교육청 그 누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안을 마련해 더 이상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청소년 폭행 사건과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소년법 등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동혁 hack@donga.com / 울산=정재락 기자
#울산#중학생#자살#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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