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을 받자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59·대장)과 부인에게 인격모독을 당했다는 공관병들의 추가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공관병을 ‘몸종 부리듯’ 하는 고위 장성들의 이 같은 행태는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파악됐다. 공관병들은 “우리는 현대판 ‘솔거노비(주인집에 머무르며 일을 하는 노비)’였다. 군인으로서 자부심과 자존감을 박탈당했다”고 털어놨다.
○ 공관병에 호출용 ‘전자팔찌’ 채워
군인권센터가 2일 공개한 박 사령관 공관병들의 추가 제보를 보면 박 사령관 부부는 심부름시키기 편하도록 이들의 팔에 ‘전자팔찌’를 채웠다고 한다. 박 사령관 부부가 호출벨을 누르면 별채에 있는 공관병들이 팔찌의 진동을 느끼고 신속히 본채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호출에 늦으면 ‘한 번만 더 늦으면 영창에 보내겠다’고 했고, 이들 부부가 던진 호출벨에 맞은 적도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박 사령관 부인의 지시로 공관병들은 근무지인 본채의 화장실을 쓸 수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때문에 공관병들은 별채로 가서 용변을 해결해야 했다. 부인은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에게 간식을 챙겨주지 않는다며 공관병 얼굴에 부침개를 집어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또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관사에 근무하는 조리병에게 “너희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느냐”며 면박을 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사령관의 집에 냉장고가 10대나 있는데 선물 받은 과일들로 채워졌다는 증언도 있다”고 말했다.
박 사령관 측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월 1회 정도 손님 접대할 때 공관병 이름을 크게 부르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손목시계형 호출기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모를 언급하며 모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박 사령관 아들도 현역 군인인 만큼 아들처럼 생각해 편하게 대한 건데 일부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다른 부대도 노예 취급 만연”
군 지휘관과 가족이 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리는’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전직 공관병들은 입을 모았다.
육군부대 연대장 공관병으로 복무한 박모 씨(27)는 아침에 일어난 연대장이 씻고 나올 때까지 욕실 밖에서 수건을 들고 대기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고 한다. 박 씨는 “동료 공관병은 한겨울에 골프를 하고 싶다는 사단장 부인을 위해 드넓은 골프장의 눈을 치웠다”고 말했다.
지휘관 자녀의 과외선생 노릇은 기본이고 등하교 마중과 간식 챙겨주기 등 허드렛일을 맡기는 사례도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공관병은 “지휘관의 결혼한 딸이 관사에 온다고 하면 터미널까지 마중을 간다. 그때마다 내가 이 집 종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2015년에는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의 아들이 운전병이 모는 관용차를 타고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 클럽에 갔다는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휘관의 폭언과 폭행도 적지 않았다. 육군 39사단 문모 소장은 공관병에게 술상을 차려오라고 지시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목덜미와 뺨을 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전방부대에 근무했던 전직 공관병은 “회식자리에 불려가 바비큐를 구웠는데 고기가 탔다며 욕설과 함께 ‘영창에 보내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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