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짜리 불량부품을 80만 원대로…수출 실적 부풀린 회사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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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불법예금, 밀수출입 등 무역금융 범죄 규모가 무려 4000억 원 대

1장당 50센트(565원)에 불과한 불량 반도체 칩 핵심 소재를 최대 800달러에 판다고 수출 실적을 부풀려 은행에서 1400억 원대의 무역금융을 대출받은 기업 대표가 적발됐다. 2014년 금융권에 엄청난 피해를 안긴 모뉴엘과 같은 사기 수법을 썼다. 이 업체는 한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강소기업’이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2011년부터 2016년 10월까지 거짓 수출 실적으로 서류를 꾸며 1370억 원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메이플세미컨덕터 대표이사 박모 씨(50)를 관세법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박 씨는 모두 294회에 걸쳐 원가가 50센트에 불과한 불량 웨이퍼(실리콘 재질의 얇은 판)를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에 250~800달러에 판매한다며 세관에 수출 신고했다. 그 신고 총액이 1470억 원. 박 씨는 이를 바탕으로 1370억 원어치의 수출채권을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에 넘겨 돈을 가로챘다.

박 씨는 만기 60~90일짜리 수출채권의 상환일이 도래하면 수출했던 웨이퍼를 다시 고가로 수입해 대출금을 갚는 이른바 ‘뺑뺑이 무역’ 수법을 썼다. 박 씨는 회사가 법정 관리를 신청하기 하루 전 회사 자금 23억 원을 빼돌려 자신의 빚을 갚기도 했다. 세관 측은 해외 불법예금, 밀수출입 등으로 이 업체가 저지른 무역금융 범죄 규모가 4049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철수 서울세관 외환조사과장은 “해당 업체는 코스닥 상장이 불가능한 업체인데도 2018년에 상장될 것처럼 속여 투자를 받아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규모는 11개 은행 대출금 277억 원과 개인투자자 150명의 장외 주식매입금액 등 총 1061억 원이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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