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오후 거리행진한 민노총… 서울 도심 교통마비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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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사회적 총파업’ 5만명 참가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6·30 사회적 총파업’ 집회가 열렸다. 대규모 집회와 거리행진이 진행되면서 
금요일 오후 서울 도심 곳곳에서 큰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6·30 사회적 총파업’ 집회가 열렸다. 대규모 집회와 거리행진이 진행되면서 금요일 오후 서울 도심 곳곳에서 큰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30일 오후 4시 반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 종로1가 버스정류장. 시민 10여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한 시민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20분째 부채질을 했다. 정류장 앞을 지나던 한 경찰이 “버스가 2시간 뒤에 올 것”이라고 말하자 한 남성이 “집회를 왜 평일에 해가지고…. 이게 도대체 뭣 하는 거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시민은 “‘윗분’들이 기다려도 이렇게 늦게 알려줬을 거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금요일 오후 도심 곳곳 정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30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6·30 사회적 총파업’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약 5만 명(경찰 추산으로 약 2만3000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열린 촛불집회 후 가장 많은 인원이 서울 한가운데에 모였다. 이들은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의 슬로건 아래 연설과 문화제를 이어갔다. 현장에는 ‘문재인 개혁은 너무 미온적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와 코드 맞추기’ 등의 유인물이 뿌려졌다. ‘재벌 곳간 열어 시급 인상하자’는 현수막도 곳곳에 걸렸다.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백남기 씨 사건과 관련해 ‘경찰폭력 OUT’ ‘국가폭력 책임자처벌’이라고 쓰인 피켓을 든 시위대도 보였다.

무엇보다 집회가 유동인구가 많은 금요일 오후에 열리면서 광화문을 중심으로 종로 일대 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본집회에 앞서 조합원들은 서울역 등지에서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했다. 또 집회가 종료된 4시 20분부터 대부분의 참가자가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 종로3가를 거쳐 청계3가 관수교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많게는 6개 차로까지 통행이 막히면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집회 및 행진으로 이 일대 차량의 평균속도가 평소보다 3km 줄어든 시속 16.2km를 기록했다.

특히 행진 경로 등이 제대로 공지되지 않아 볼일을 보러 종로 일대를 찾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종로3가 인근 금은방에 결혼반지를 계약하러 찾아온 조모 씨(31)는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웠다가 집회 행렬에 막혀 1시간 넘게 오도 가도 못했다. 조 씨는 “빨리 계약하고 일하러 가야 하는데 이게 무슨 봉변이냐”라며 항의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행렬에 막혀 무더기로 멈춰 서는 일도 벌어졌다.

이날 경찰은 경력 75개 중대 6000여 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차벽 등을 세우지 않고 교통통제와 질서 유지에 집중했다. 대규모 행진이 퇴근시간 전인 오후 5시 20분 무렵에 마감돼 당초 우려했던 ‘퇴근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행진 도중 스피커 차량에 오른 일부 민노총 관계자는 시민들을 향해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오전 출근시간대에 이뤄진 건설노조 집회 때 시민들의 출근길을 방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민노총 측이 이를 의식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집회 참가자가 금연구역인 광화문광장 여기저기서 담배를 피우거나 대낮인데도 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이 목격됐다. 집회 현장에서 나는 노래와 확성기 소음 때문에 지나는 관광객이나 인근 건물 사무실 근로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 급식 파행도 이틀째 계속

전국적으로 1만7000명이 넘는 학교 비정규직이 이틀째 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면서 전국 학교에서 급식과 돌봄교실, 방과 후 수업 등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30일에는 전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대구와 전북지역 학교들도 파업에 나서 급식 파행 지역이 더욱 늘었다. 교육부는 이날 4026개교에서 근무하는 1만7448명이 파업에 참여해 총 2158개 학교의 급식 운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전체 학교의 19.09%에서 급식 파행이 이뤄진 것이다. 전날 정상 운영됐던 대구와 전북지역에서만 각각 49개교, 200개교의 급식 운영이 추가로 중단됐다. 학교들은 긴급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에게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안내(537개교)하거나 학교 측에서 빵과 우유를 마련해 제공(1344곳)했다. 단축수업을 해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 끼니를 해결하도록 한 학교도 158곳에 달했다.

이날 실제 파업 규모는 미미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민노총은 이날 파업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조원 규모가 6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틀째 파업을 이어간 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 1만8000명을 제외하면 민노총 산하 일부 비정규직 조합원만 파업에 동참해 전체 파업 규모는 2만 명 안팎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 전임자들이 대거 서울에 운집하고, 금요일에 휴가나 연가를 내고 서울 도심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이 많아 집회 인원은 실제 파업 규모보다 훨씬 많았다.

김배중 wanted@donga.com·구특교·유성열 기자
#민노총#파업#6·30 사회적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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